■ 10문10답 - 7월 허용… 지구당 부활 논란
국회의원 선거서 패한 정당도
지역사무실 1곳 운영 가능해져
후원금 모금 여전히 막았지만
부적절 자금유입 가능성 우려
지지율 5% 제한 조항도 비판
시·도의회 비례대표 정수 상향
지역구 의원수의 ‘10%→14%’
소수당 “최소 20%까지” 주장
여야가 지난 18일 새벽에 국회 본회의를 열고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 정당법은 올해 7월부터 원외 정치인이 지역구에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정당의 지역 거점을 합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과거 ‘돈 선거’의 대명사로 불렸던 지구당 부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야는 이에 대해 후원금 모금을 금지해 과거와 같은 지구당 운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 공직선거법은 ‘6·3 지방선거’ 관련 선거구 획정, 비례대표 확대,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데다 의원 정수를 늘려 역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 정당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1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각 정당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지역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게 하는 정당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현행 정당법 제37조3항은 ‘정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및 자치구·시·군, 읍·면·동별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다. 다만, 누구든지 시·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해 당원협의회 등의 사무소를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만 지역구 사무실을 당원협의회 사무실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법 개정으로 해당 조항은 ‘정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및 자치구·시·군, 읍·면·동별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고, 당원협의회는 그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무소 1개소를 둘 수 있다’고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구 선거에서 패한 정당도 지역 사무실 1곳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2. ‘지구당 부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이유
이번 개정안은 지역에 정당 조직이 있는데도 활동 공간 설치를 막는 것은 잘못됐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과거 지구당이 지역 사무실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지구당 부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수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들은 이번 개정안이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 받은 정당에만 적용한다는 점에서 “돈 정치의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무소 임대료와 인건비를 후원금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결국 자산가 중심으로 정치가 흐르거나 과거처럼 부적절한 자금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 과거 지구당은 어떤 모습이었나
과거 지구당은 정당법에 따라 정당의 하부 조직으로서 지역 민심을 중앙당에 전달하고 당원을 관리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지구당은 1962년 정당법 제정 때부터 당원 교육, 지역 여론 수렴, 민원 해결 등을 담당하며 한국 정당 정치의 중심이 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적 기능보다 폐단이 부각됐다. 특히 지구당은 사실상 국회의원이나 위원장의 개인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역 조직 관리와 경조사비 지출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상시 투입됐고, 이는 고스란히 위원장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결국 위원장은 비용 충당을 위해 ‘검은돈’의 유혹에 상시 노출됐고, 공천을 대가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4. 지구당은 언제, 왜 사라졌나
지구당 폐지의 결정적 도화선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차떼기’ 스캔들이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캠프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특히 한나라당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수백억 원이 실린 트럭의 키를 통째로 넘겨받는 대담한 수법을 써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치권을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하자, 2004년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해 ‘돈은 적게 쓰고 정치는 깨끗하게’라는 원칙 아래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오세훈법’이었다. 고비용 정치의 상징인 지구당을 없애고 중앙당 중심의 슬림한 구조를 지향하며, 지역 사무실 유지와 유급 직원 채용을 원천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5. 지역사무소와 지구당의 차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에 개정된 법이 지역 사무실 운영만 허용할 뿐 후원금 모금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사무소가 지구당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간이 마련되는 순간 운영 경비가 들어가기 마련이라 음성적인 자금이 유입될 통로를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무소 운영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은 각 당의 재량에 달려 있겠지만, 결국 시·도당이 경비를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 정당이 돈이 부족할 경우 전 사무소에 운영비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고, 다시 음성적인 돈이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 지구당 부활 찬성 논리
정치권에서는 지구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역 의원만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어 원외 인사들과 공정한 경쟁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다. 이 때문에 원외 인사들은 선거 때마다 ‘포럼’이나 ‘연구소’ 같은 이름으로 지역 사무실을 편법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구당 부활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많은 정치학자들은 정당이 현장에서 당원 중심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역에서 의견을 수렴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7. 6·3 지방선거 관련해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여야는 이번에 공직선거법도 개정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시·도의회 비례대표 정수가 지역구 의원 정수의 10%에서 14%로 상향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비례대표 비율이 오르면 2022년 93명이었던 시·도의회 비례의원 숫자는 123명으로 30명가량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광역의원 평균 연봉과 의정 보조 인력 등을 감안하면 연간 30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일부 기초의원 선거에 적용되던 중대선거구제를 광역의원 선거에도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시·도의원 선거에 2인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되는 것은 처음으로, 시·도의원 선거는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만 운영돼왔다. 새로 출범하게 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도의원 선거구 중 광주 동·남갑, 북갑, 북을, 광산을 등 총 4곳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 시·군·구의원(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지역도 16곳을 추가 지정해 총 27개 선거구로 늘리기로 했다.
8.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변화
승자 독식으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중대선거구제는 2인 이상 복수의 당선자를 뽑는다. 통상 3∼4인 선출은 중선거구제, 그 이상은 대선거구제라고 부른다. 3∼4명의 광역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통해 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의회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중대선거구제 취지는 정치적 다양성 확보다. 군소 정당의 지방의회 진입 여지를 넓힌다는 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제도이기도 하다. 다만 거대 정당 후보가 복수로 뽑힐 수도 있어 정치적 다양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 지방의원 증원 과정에서 비판이 있는 이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광역의원 수를 늘리는 소위 ‘정치개혁안’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공청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밀실 협의’ 결과 광역의회 비례대표가 늘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구 의원 대비 비례대표 비율을 현행 10%에서 14%로 올리는 안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법 통과 과정에서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지난해 12월 3일)을 한참 넘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 시·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지방선거는 선거일을 111일 앞두고 선거구가 획정됐다. 2018년 선거는 96일, 2022년은 42일 앞두고 이뤄졌다.
10. 지방의원 숫자 조정 관련 소수 정당 입장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은 민주당, 국민의힘 합의 결과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 대비 비례대표 비율을 최소 2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4% 정도로는 추가 의석 대부분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돌아가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광주 4개 지역구에 도입하는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 또한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는 민주당 후보 난립이 예상되고, 군소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김지현 기자, 서종민 기자, 김린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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