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삼성전자가 최고 실적의 황금분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노조는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며 파업까지 예고했다. 한 번쯤 인텔의 저주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너무 돈을 많이 벌어 추락한 사례다. 인텔은 ‘꿈의 직장’이었다. 세계 중앙처리장치(CPU)의 90%를 장악해 영업이익률이 30∼35%를 기록했다.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은 실리콘 밸리의 최상위권 연봉에다 연간 성과급, 분기별 성과급으로 펑펑 뿌렸다. 상징적인 복지가 ‘안식년’. 4년마다 급여를 다 받으며 한 달을 쉬고, 7년 근무하면 두 달 쉬게 했다. 주주들 환심을 사기 위해 500억 달러를 쏟아부어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인텔은 불과 5년 만에 무너졌다. 압도적 수익성에 가렸던 방만한 운영과 비효율이 드러났다. 먼저 스마트폰에 잘못 대처해 비틀대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2020년부터 10나노와 7나노 제조 공정이 삐걱댄 것. 엔비디아·AMD 등 경쟁사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시총이 2011년 300분의 1에 불과하던 AMD에도 역전당했다.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지금 인텔은 미 정부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반(半)공기업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지분 9.9%를 내준 것이다. 팻 겔싱어 CEO는 ‘전시 상황’을 선포하며 방만한 유산의 대수술에 들어갔다. 전체 인력의 15%인 1만5000명을 잘랐다. 입사하면 은퇴까지 보장하던 ‘가족주의’는 사라졌다. 임직원용 무료 과일·커피까지 싹 치웠다. 자사주 매입은 2022년부터, 배당도 2024년부터 전면 중단했다. 고비용 구조에 대한 무자비한 수술이자 냉혹한 생존술이었다.
다행히 올 들어 인텔 주가는 두 배 올랐다. ‘AI 학습’에서 엔비디아의 GPU에 밀렸지만 ‘데이터센터 두뇌용’ CPU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아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두뇌 역할을 하는 CPU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학습을 넘어 복잡한 작업을 계획하고 분배해 처리하는 데는 CPU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옥에서 살아나온 인텔은 삼성전자에 반면교사가 아닐까 싶다. 호황기 때 비대해진 고비용 구조는 불황기 때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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