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전략학

 

중동 혼란에 말 아끼는 김정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한 포석

대내적으론 강경노선 더 강화

 

핵보유국 지위 조용히 굳히며

다음 도발이나 협상 카드 준비

韓美 불협화 땐 상황 더욱 악화

미국과 이란 간의 2차 종전(終戰)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북한이 이상할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이는 중동 정세에 섣불리 발을 담그기보다, 미국과의 향후 협상 공간을 남겨두려는 전략적 침묵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오히려 작금의 혼란을 냉정하게 관찰하며 일단은 내부적 단결을 위한 대내 노선을 굳히면서 자신에 유리한 다음 수를 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톤을 낮추고 있지만, 대내적으로는 강경 노선을 굳히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제9차 노동당대회와 제15기 1차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재확인하면서 남북한이 별개의 국가라는 ‘두 개 국가론’을 제도화했다. 이제 남북관계는 구조적 적대의 대상이 됐고, 국가기구·법령·예산·인사도 개편해 김정은식 체제 운영 원리로 고착시켰다.

문제는, 이 노선이 한국을 위협하는 핵·미사일 능력 증대와 결합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최대 40기를 더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영변 5MW 원자로의 지속 가동과 강선·영변 농축시설 운영에 우려를 표명했다. 구성(龜城市)지역에는 새 농축시설까지 완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국가전략 전체를 재설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김정은은 핵무기 수량 확대, 운용 공간 확장, 통합 핵 위기 대응체계 시험 가동, 해상 핵전력 강화까지 공언하면서 신형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는 등 연일 군사적 행보에 열중한다. 중동 혼란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동안, 북한은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핵무장 국가의 기정사실화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미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분산되는 지금이, 군사기술 축적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최적 순간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가 굳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조용히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이러한 군사 활동 행보는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김정은의 공언대로 북한은 이제 전술핵 운용이 가능한 단거리 타격체계의 실전화(實戰化)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신형 구축함과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 등 지상 전력 증강과 해군의 핵무장화 등 작전 능력 확대를 병행한다. 게다가 고체연료 엔진, 특수작전부대 훈련, 신형 전차 점검을 통해 전장 전반 현대화와 함께 비대칭 현대전 능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기존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와 해군·전자전·특수전을 결합해 군사적 입체 전력 국가임을 과시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평화공존 3원칙’에 기반해 선제적인 평화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화 재개와 신뢰 회복이 우선인 이 기조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 의지와 안보 현실 사이의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선의를 이용해 우리를 겨눌 총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으로도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러시아 장관 3명의 평양 방문을 통해 중국과는 관계 복원을, 러시아와는 협력은 유지하는 다면(多面)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철저한 대응과 준비가 필요함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일단, 군사적으로 북한의 위협이 전술핵·해상전력·복합전 역량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 대비태세도 미사일 방어 중심에서 생존성·해양 억제·민관 통합 대응체계로 확장돼야 한다. 북한의 핵전력과 재래전력 증강에 맞서 국군의 비대칭 대응 능력의 실질적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협상 테이블도 안보 역량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마련돼야 한다. 또, 북한의 다면 외교와 미·북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한 한·미 대화와 협력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

북한의 침묵은 다음 도발이나 협상 카드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침묵을 유화 신호로 읽는 ‘희망적 사고’나 강경론을 앞세운 ‘감정적 과잉’ 모두 경계 대상이지만, 냉정한 현실 인식과 대비가 ‘평화’ 유지의 기본임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전략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전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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