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 -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이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 앞마당에서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파란을 겪고도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이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 앞마당에서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파란을 겪고도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인터뷰 = 오남석 정치부장

“12·3 비상계엄은 타협이 붕괴된 채 끝까지 밀려간 결과입니다. 정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그런 사태가 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정당학회장과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은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제도만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관행이 갈등이 격화하지 않도록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데, 지금은 이 모든 관행이 무너져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원장은 계엄이라는 정치적 위기가 국가적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균형이 무너지고 한쪽으로 힘이 쏠린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강 원장은 특히 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파란을 겪고도 야당은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고, 여당은 폭주하는 상황을 개탄하면서 “6·3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이 여야 모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년퇴임 전 마지막 학기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 강 원장을 지난 21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계엄 후 16개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후 1년이 지난 현시점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로 시작했다.

―파란을 겪은 한국 민주주의가 이후 어떻게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비상계엄 직후 우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집담회를 했어요. 150명 정도 들어가는 자리에 교수와 학생이 300명 넘게 와서, 정말 미어터졌습니다. 학생들이 굉장히 놀라고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주제로 행사했을 땐 자리가 다 차지도 않았어요. 불안감이 사라진 거죠. 이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아요. 굉장히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찾아왔는데도 국가적인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체제 내에서, 즉 우리가 만들어놓은 헌정적 절차에 의해 위기가 해소되고 새 대통령을 뽑아 안정을 되찾았어요. 이건 상당히 높게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 원장은 “그런데 이후 좀 우려할 만한 증상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전체적으로 정치적인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데, 어느 한쪽으로 힘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은 민주주의나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또 여야 정당이 여전히 강경 지지층에 묶여, 중도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 원장은 특히 사법부 독립이 위협받는 상황을 심각하게 봤다.

“이른바 ‘사법 3법’은 헌법과 관련될 만큼 중요한데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사법부 의견을 존중하지도 않고, 여야 간 논의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됐어요. 그 내용 중에는 과거 민주주의 퇴행을 겪은 헝가리, 폴란드, 베네수엘라 등에서 나타난 좋지 않은 징후와 비슷한 것도 많아요. 그중 하나가 판사 증원이죠. 헝가리의 경우, 판사의 정년을 확 낮췄어요. 그럼 나이 든 판사들은 다 나가야 하니까 공석이 많이 생기고, 그 자리에 자기편을 집어넣는 거죠. 또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같은 곳은 판사 정원을 늘려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넣는 건데, 지금 우리도 똑같은 꼴이 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해서 사법부 독립을 보장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계엄은 돌발 사건이 아니라 타협이 붕괴된 채 끝까지 밀려간 결과”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타협의 정치가 안 되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꼭 제도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관행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관행이 정치 갈등이 과도하게 격화하지 않도록 완충장치 역할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13대 국회(1988∼1992) 이후에는 아무리 의석이 많아도 중요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았어요. 특히, ‘게임의 룰’인 공직선거법을 바꾸거나 사법 개혁처럼 국가 제도에 손을 댈 때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했죠. 민주주의가 ‘다수의 지배’이긴 하지만 소수파 견해와 이익도 보호해야 유연하게 돌아가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 모범적인 형태였어요. 정치 지도자들이 그걸 이끌었죠.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에 대해서는 탄핵까지 해서 업무마비 상태로 만들기보다는 강제력 없는 불신임 결의안을 통해 ‘우리는 이 사람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죠. 정부 예산안도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일은 없었어요. 걱정스러운 건 지금 이 모든 관행이 무너졌다는 겁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만약에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금의 야당이 과반 의석을 얻게 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어요.”

―우리 정치권이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까.

“야당 얘기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야당은 국민이 제도적으로 부여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권력을 넘겨줬죠. 자신들의 실수,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그릇된 판단으로. 그렇다면 큰 반성이 뒤따라야죠. 재창당을 하거나 새로운 대안 세력이 나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변화의 기미가 안 보이고, 당 지지율은 20% 밑으로 떨어졌어요. 양당제하에서 약간 오만함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싫어도 결국 우리 말고 찍을 사람이 있겠어? 이재명 대통령이 싫거나 민주당이 싫은 사람은 결국 우리한테 올 수밖에 없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강 원장의 쓴소리는 이 대통령과 여권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필요하다면 박정희의 정책도 따르고 김대중의 정책도 따르겠다’고 했던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정파나 지역을 뛰어넘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었죠. 그런데 그 뒤에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여요. 물론 야당이 협조를 안 하고 있지만, 조금 더 큰 틀에서 범보수까지 통합할 수 있는 포용적인 정책을 펴면 좋겠다, 누구를 나무라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최대한 포용해서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이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 있는 국가미래전략원장실에서 극한 대립에 빠진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이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 있는 국가미래전략원장실에서 극한 대립에 빠진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양당제가 정치권 오만함 불러… 다당제로 ‘마주 달리는 기차’ 세워야”

 

與, ‘사법 3법’ 등 일방 처리… 李 임기중반 부작용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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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는 변화 기미 안보여… 이승만·박정희·윤석열 얘기만 반복

장동혁 체제론 정부 견제 못해… 과거 단절할 유연성 가져야

―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정치갈등 역시 1987년 헌법 체제의 한계로 볼 수 있을까요.

“87년 이전에는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까지 권위주의 체제가 이어지고 대통령 권한은 점점 강해졌어요. 87년 헌법 개정 때에도 대통령 권한은 별로 축소하지 않았어요.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만 민주화한 거죠. 그러니까 87년 체제의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87년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야 지도자들이 타협하고 자제할 줄 알았기 때문이죠. 노태우부터 시작해 김영삼, 김대중까지 다 그런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정치인들은 사라지고 그냥 승자 독식으로 가고 있죠. 타협이나 정치력 발휘가 전혀 안 되는 구조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이제 이 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 원장은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87년 개헌 협상은 4 대 4 ‘8인 정치회담’에서 했어요. 당시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국회 의석 비율이 2 대 1이었지만, 4 대 4로 협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타협해서 하지 숫자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합의의 정신을 깔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87년 체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헌법보다 훨씬 낮은 단계에 있는 법안들도 다 일방적으로 ‘수의 정치’로 처리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하다 이견이 크면 ‘숫자대로 가자’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럼 안 고치는 것만 못합니다.”

―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해 어떤 식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지금의 관점에서는 무엇보다도 다당제가 되면 좋겠어요. 극단적 대결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연합 같은 게 필요하고, 그 연합은 협상과 타협을 전제로 합니다. 승자 독식 체제에서 두 기관차가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식의 정치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당정치 전문가인 강 원장에게 한국 정당들의 현주소를 물었다.

― 예전에 당심(黨心)이 민심(民心)과 멀어지면 기득권 논리에 빠진 정치인들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강성 당원들 때문에 일반 국민과 멀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국만 이런 건가요.

“공직후보자 선출 과정이 개방된 한국과 미국이 유독 심합니다. 예비경선이 확대되다 보니 과격한 주장들을 걸러내는 ‘게이트 키핑’이 안 됩니다. 과거에는 대의원들이 당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오랫동안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애정을 갖고 참여하며 헌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일종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했죠. 지금은 다 오픈되다 보니 사실 누가 당원인지도 몰라요. 당원 되기도 너무 쉽고. 이 사람들은 굉장히 유동적인 지지자들입니다.”

― 그런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반론이 나옵니다.

“당원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한데, 유럽에는 당원 되기가 굉장히 힘든 정당이 많아요. 특히 좌파 정당들 중에는 투표권을 갖는 당원이 되려면 5년 이상 당 활동에 참여하고, 당비를 납부하며 당보를 구독해야 한다는 식의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놓은 사례가 많아요. 지금 우리는 1000원을 내면 당원이 되죠. 이걸 당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거죠. 지금은 정치적으로 관심 있는 일반 국민 아무나 와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정서나 감정적인 게 훨씬 더 중요해지고, 적대감이 강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당에 들어가게 되죠.”

― 당원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네요.

“지금은 심지어 국회의장까지 당원 투표로 뽑겠다는 것 아닌가요. 전 세계 어디에도 국회의장을 그렇게 뽑는 경우는 없어요. 사람들의 정서나 감정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있어요. 대의제가 왜 생겼겠습니까. 직접 민주주의라는 게 꼭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정당 민주주의가 과잉 민주화됐다고 생각해요.”

― 차원은 좀 다르지만, 중요한 정책 결정에 국민을 참여시키려 하는 시도도 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많이 있죠. 대표적인 게 공청회입니다. 이를 통해 찬반 의견을 듣고 정책을 만들면, 그걸 의회에서 다시 토론을 거쳐 법으로 만드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왜 뭔가를 더 추가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책임회피나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때 원전 추가 건설 여부를 공론조사에 맡긴 적이 있습니다. 원전은 국가 기간 에너지인데, 이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내려야 마땅합니다. 공론조사를 해서 ‘나는 하고 싶었는데,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하네. 그럼 안 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이건 책임회피죠.”

화제를 6·3 지방선거로 옮겼다.

―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시나요.

“시기적으로는 여당에 유리합니다. 힘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정치적 균형이나 최소한의 견제를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또, 국민이 야당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그게 야당의 재편 혹은 보수의 재편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가령 서울·부산·경남 정도는 국민의힘이 이기고, 대구는 민주당의 김부겸이 이긴다면 여야에 괜찮은 메시지가 될 것 같습니다. 대구가 김부겸을 선택한다면 그건 국민의힘에 명확한 메시지가 될 거고, 이렇게 야당이 지지부진한데도 서울·부산·경남을 민주당이 못 얻으면 그것도 여당에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되는 거잖아요.”

― 민주당의 검찰개혁·사법개혁을 두고 우려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위한 의원 모임까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지지율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합니다. 국민이 민주당 주도 개혁을 지지한다고 해석해야 할까요.

“아직 제도 개혁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국민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시간이 가면서 제도 개혁 효과가 나타나겠죠.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이 정부에서 추진한 모든 정책에 대한 책임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가 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별로 못 느끼고 있지만, 이 대통령 임기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쯤 되면 제도 개혁 혹은 제도 변화의 효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겁니다.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적잖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봐요.”

― 장동혁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참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어처구니가 없는데, 저는 이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는 장동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대표는 야당의 리더로서도, 대여관계에서도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럴 만한 경륜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야당이 힘 있는 모습을 못 보여주는 게 의석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당의 문제는 숫자에 있는 게 아닙니다. 윤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갔는데 여전히 ‘윤 어게인’ 이야기가 나오고, 제1야당 지도자가 거기에 공감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죠. 지금 체제로는 앞으로도 야당이 그렇게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분위기에서 선거를 맞이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수 정치 복원 혹은 보수 재건을 위해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 보수당사를 연구해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까지 쓴 강 원장은 보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단에서 처방을 찾았다.

“영국 보수당사를 연구하면서 가졌던 궁금증은 어떻게 보수라는 이름으로 300년 동안 정치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수란 옛것을 지킨다는 의미인데, 그걸로 300년을 내려올 수는 없죠. 변화를 거부하고 옛것만 지켰다면 이미 오래전에 망했거나 프랑스 혁명 때처럼 격렬한 저항에 무너졌겠죠. 결국 보수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함과 시대에 대한 적응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보수, 특히 국민의힘은 ‘새것’ ‘요즘 이야기’가 없어요. 이승만·박정희 이야기만 해요. 지금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보수는 없는 거예요. 그러니 미래를 끌고 나가는 힘이 없어진 거죠. 보수 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해야 합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념이 아니라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보수적인 유권자들도 이를 수용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오남석 기자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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