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됐다가 당선 뒤 중단된 대북송금 사건 재판의 공소취소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보이는 ‘조작 기소 국정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가 부분적으로 공개한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파일을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형량 거래와 회유를 시도한 명백한 증거라며 소리를 높였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통화 내용은, 박 검사가 서 변호사에게 ‘이화영에게 도움이 되도록 알고 있는 사실을 자백하라고 설득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핵심이다. 검사는 수사에 협조하는 피의자에게 구형을 낮게 하거나 법원에 선처 의견을 낼 수 있다. 다만 10년 형을 3년 형으로 줄여주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협박하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대형 사건을 지사 모르게 부지사가 혼자 알아서 했다며 수사를 종결했으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그런 검사는 법왜곡죄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박 검사와 이화영 변호인의 대화는 일종의 플리바게닝 시도로 볼 수 있다. 우리 법에는 플리바게닝 제도가 없지만,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다.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거나 공범 진술 등 협조를 제공하고 검사가 구형을 낮추거나 혐의를 축소하는 유죄협상제도·자백감형제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1992년 뉴욕의 유명한 감비노 마피아의 두목 존 고티를 종신형에 처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두목 살바토레 그라바노가 19건의 살인 혐의에 연루됐음에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한국 정서로는 어림도 없지만, 미국은 ‘몸통’을 잡기 위해 ‘깃털’과 거래해도 된다는 실용주의가 진작에 뿌리 내렸다. 실제 미국에서는 연방 형사 판결의 90% 이상이 플리바게닝으로 종결되고, 실제 배심재판까지 가는 사건은 2%에 그친다. 범죄자도 남는 게 있어야 증언을 할 텐데, 한국은 도덕 지상주의에 빠져 그런 거래를 죄악시한다.

민주당은 플리바게닝이 무슨 큰 범죄나 되는 듯이 몰아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만든 내란·김건희·해병 3개 특검과 이를 이어받은 2차 종합특검에서 플리바게닝을 허용하는 이중성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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