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가 직접 고용한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에게 고용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한 ‘공정수당’ 도입을 공식화했다. 28일 국무회의에 보고된 내용을 보면, 11∼12개월 근무하고 내년에 계약이 끝나는 비정규직의 경우 248만8000원의 공정수당을 받게 된다고 한다.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겠다는 정책적 지향점은 타당하다. 그러나 정책의 당위성이 수단의 정당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공공부문에 대한 적용이라 할지라도 민간 기업으로 확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의 선례와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성급한 공정수당 도입보다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깊이 있는 숙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종료 때 임금 총액의 10%를 지급하는 ‘불안정 고용 수당’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지금, 프랑스 노동시장의 현실은 차갑다. 기업들은 수당 지급을 감수하면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 계약을 반복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수당이 ‘불안정성에 대한 약간의 금전적 위로’는 됐을지언정,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견인하는 사다리가 되긴커녕 오히려 정규직 진입 장벽만 높였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공정수당 논의의 가장 큰 쟁점은, 고용 유연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의 불안정성을 국가가 아닌 기업의 직접적인 수당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본래 고용의 불안정성에서 기인하는 실직 위험과 소득 상실은 실업급여나 재취업 교육 등 국가의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통해 공적으로 해결해야 할 영역이다. 이미 기업들은 고용보험료 등 법정 분담금을 통해 사회안전망 구축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규직 해고가 극도로 어려운 경직된 노동 법제 아래서,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택한 비정규직 고용에 대해 징벌적 성격의 수당을 부과하는 것은 경직된 노동 법제에서 비롯된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제도가 확대 시행될 경우 시장의 반응은 정책 의도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고용 기간이 짧을수록 수당을 가산하는 방식은 기업들에 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한 ‘초단기 쪼개기 계약’을 유도하거나, 아예 인력 고용 대신 자동화 및 외주화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또한, 똑같은 직무를 수행하는데도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동일 기간에 대한 비정규직의 총보상이 정규직을 웃도는 임금 역전의 여지도 있다. 이는 장기적 헌신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 정규직 임금 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노동 현장 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정수당은 단순히 임금을 보전해 준다는 지엽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노동시장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에 이 수당은 고용 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의미의 정책 추진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경직된 노동 법제 전반에 대한 개혁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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