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언론에서 노조를 비난하고 난리인데, 지금 휴가가 맞는 타이밍입니까?”

45조 원 규모의 성과급을 주지 않으면 총파업으로 30조 원의 손실을 입히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삼성전자 노동조합 위원장이 돌연 동남아로 휴가를 떠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탱해 왔던 한 축인 가전 부문이 수익성 악화로 50년 만의 대수술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 측과 대화를 이끌어야 할 노조 위원장이 파업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쉬겠다며 자리를 비운 것이다.

‘슈퍼 리치 노조’로 불리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삼성전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조차 “중심을 잡아야 할 위원장의 장기 휴가라니 기가 찬다”는 등 허탈해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의 문제를 넘어, 실적 저조로 인해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일반 기업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은 다음 달로 예고된 총파업에 불참하는 임직원들을 두고 ‘동료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강압적인 언행도 이어 가고 있다. 노조는 최근 “다가올 총파업에서 끝내 사 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적인 쟁의 행위 참여를 넘어선 과도한 동참 강요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노조 집행부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구시대적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삼성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에서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이나 매출 감소와 같은 ‘보이는 비용’보다 신뢰 약화와 투자 연기, 산업 생태계 충격 같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 결국 우리나라의 반도체 글로벌 선도국 지위를 상실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죽하면 친노조 성향인 현 정부마저 “삼성전자는 국가 공동체 자산”이라며 파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회장 자택 앞 천막 농성이 아니라 타협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대화와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다.

김호준 기자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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