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의 Deep Read - 야당의 프레임 전략
정권 초 선거 땐 견제론에 한계… 野 현직 후보, 성과를 미래비전으로 연결 필요
유권자 움직이는 힘은 ‘내 삶의 이익’… 부동산·세금·재산권으로 프레임 전환 절실
6·3지방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의 인식은 굳어지고, 감정은 행동으로 옮겨지며, 선거를 규정하는 프레임은 마지막 형태를 갖춰 간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큰 목소리로 공격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유권자의 판단 기준을 장악하느냐이다.
선거는 본질적으로는 생활의 선택이다. 고공 지지율을 달리는 정권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야당은 정권을 공격하는 것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언어로 유권자의 삶을 설계해야 한다.
◇야당의 프레임 전환
윤석열 탄핵으로 들어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높고 정부 출범 초기 기대가 살아 있는 국면이어서 야당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이른바 대통령 ‘동조효과(coattail effect)’가 작동한다. 유권자는 자연스럽게 ‘여당이 더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정권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를 묻는 선거로 바뀌는 순간이다.
정권 초기 선거에서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나 견제론은 한계가 분명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은 이 지점을 날카롭게 설명한다. ‘이재명 독재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유권자는 정권의 독재와 여권의 독주보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떠올린다. 공격은 상대를 약화시키는 듯 보이지만, 반복될수록 상대의 인지적 존재감을 키운다. 선거가 자신이 아니라 상대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 해야 할 일은 상대를 부정하는 언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예컨대 ‘정권의 독주를 막자’는 말은 상대를 중심에 놓지만, ‘권력에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은 유권자의 판단 기준을 바꾼다. 전자는 공포의 언어이고, 후자는 안정의 언어다. 전자는 상대를 키우지만, 후자는 선택의 구조를 바꾼다.
지방선거에서 야당 현직 단체장이 취해야 할 핵심 전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끌려가게 해서는 안 된다. 야당 후보가 정권 비판만 반복하면 선거의 주도권은 여당에 넘어간다. 야당은 질문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까운가’가 아니라 ‘누가 지역을 더 잘 아는가’로, ‘누가 중앙 권력을 더 잘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시민의 삶을 실제로 바꿔 보았는가’로.
◇무엇이 유권자를 움직일까
지방선거의 본질은 지역의 삶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것이다. 중앙 권력의 대리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 현직 야당 후보에게 가장 큰 자산은 경험이다. 경험은 자칫 피로감이 된다. 따라서 경험은 과거의 경력이 아니라 현재의 안정 장치로 재구성돼야 한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정치 심리학자 조지 마커스가 지도자의 덕목으로 제시한 ‘능력’과 ‘진정성’이다. 유권자는 후보를 평가할 때 수많은 요소를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결국 두 가지 질문으로 압축한다. 첫째 이 사람이 일을 해낼 수 있는가, 둘째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가. 여당의 뉴 페이스가 미래의 가능성을 말할 때 현직 단체장 야당 후보는 검증된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도로, 주거, 일자리, 복지, 안전, 교육, 문화의 변화가 시민의 삶 속에서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가 움직일 때는 자신의 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이다. 특히 정당 소속감이 낮은 부동층은 더욱 그렇다. 부동층은 ‘더 좋은 선택’보다 ‘덜 위험한 선택’을 찾는다. 확신이 없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마지막 순간에 돌아선다. 따라서 부동층 공략의 핵심은 강한 공격이 아니라 위험 감소다.
야당 현직 후보는 상대 여권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지금 실험해야 하는가” “이미 진행 중인 변화를 왜 멈춰야 하는가” “지역의 미래를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맡겨도 되는가”…. 이런 질문은 상대를 과도하게 부각시키지 않으면서도 부동층의 불안을 자극한다. 이때 현직의 경험은 단순한 경력을 넘어 안전판이 된다. 능력은 불안을 낮추고, 진정성은 불신을 줄인다. 두 요소가 결합될 때 현직 후보는 ‘익숙한 후보’가 아니라 ‘안전한 선택’이 된다.
◇‘이익 우선 룰’ 원칙
프레임 전략을 관통하는 원칙이 있다. ‘이익 우선 룰(benefit first rule)’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를 움직이는 마지막 기준은 이념도 명분도 진영논리도 아니다. ‘이 선택이 내 삶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라는 질문이다. 유권자는 추상적 구호보다 구체적 이익에 반응한다. 집값이 어떻게 되는지,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는지, 일자리가 늘어나는지, 아이 키우기가 쉬워지는지, 노후가 더 안전해지는지.
선거 메시지는 구체적인 삶의 언어로 짜여야 한다. 도시 개발은 ‘지역 발전’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집값 안정’ ‘재산 가치 보호’ ‘생활 인프라 개선’으로 설명돼야 한다. 교통 공약은 ‘광역 교통망 확충’을 넘어 ‘출퇴근 20분 단축’ 같은 구체적 수치로 말해야 한다. 청년 정책은 ‘10년 안에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사다리’라는 약속으로 제시돼야 한다. 야당의 정권 견제론은 생활이익의 언어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1호 공약으로 ‘서울·수도권 반값 전세 추진’을 제시하고, 지방정부 권한으로 공공임대 심의를 통해 빠르게 공급하며 출산 연동형 대출 등 주거비 경감 정책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 좋은 사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호 공약으로 ‘10분 운세권’을 제시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청년이면 10년 내 1억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복합소득 구상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세제 문제는 대표적인 이익 우선 프레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불을 지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논란을 시민의 재산권과 노후 자산, 주거 이동의 자유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야당 내부의 혼란과 분열상은 ‘이익 우선 룰’ 원칙에 따른 프레임 전환 전략을 가릴 수 있다.
◇선거는 생활의 선택이다
야당의 선거 전략은 분명하다. 상대의 이름을 반복하지 말고 유권자의 삶을 반복해야 한다. 정권 심판을 말하기 전에 시민의 이익을 말해야 한다. 견제를 말하되 그것이 구체적인 삶의 아이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경험을 말하되 과거의 업적으로 그치지 말고 미래의 안정 장치로 제시해야 한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동조효과’는 특정인의 인기나 승리가 다른 후보 지지도의 상승을 불러오는 효과. 여기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도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
‘이익 우선 룰’이란 정책·공약을 설명할 때 유권자가 얻게 될 이익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원칙. 유권자는 ‘그래서 나한테 뭐가 좋아지나’를 듣고 싶어 한다는 전제를 놓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
■ 세줄요약
야당의 프레임 전환: 정권 초기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통령 ‘동조효과’가 작동해 여당에 유리하며, 야당의 정권 심판·견제론은 한계가 분명. 특히 야당은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끌려가게 해서는 안 돼.
무엇이 유권자를 움직일까: 야당의 현직 후보는 조지 마커스가 지도자 덕목으로 제시한 ‘능력’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지역의 삶을 책임질 사람으로서 과거의 성과를 현재의 안정 장치 및 미래 비전으로 재구성해야.
‘이익 우선 룰’ 원칙: 선거 프레임 전략을 관통하는 원칙은 유권자의 삶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이익 우선 룰’임.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넘어 유권자의 생활이익을 설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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