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경제부장
30년 뒤 경제 엔진 완전히 꺼져
2061년 잠재성장률 마이너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
반도체에 취해 곳곳서 샴페인
모노컬처 경제 독일 위기 맞아
규제개혁 등 창조적 파괴 절박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이자, 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 경제정책 중 하나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3%로 반등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이 대통령 공약치의 절반 수준인 1.5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향후 상황은 갈수록 더욱 빠르게 악화한다. OECD 세계 장기경제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1∼2045년 연평균 0.77%로 1%대 밑으로 내려앉는 데 이어 앞으로 30년 뒤인 2056∼2060년에는 연평균 0.01%로 성장엔진이 꺼지게 된다. 2061∼2065년에는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0.12%로 나타나 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암울한 시대를 맞게 된다. 잠재성장률이 한 나라가 노동과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임을 고려하면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역성장을 막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특히,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 중에서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 시대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심지어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저성장 대표국이 된 일본마저도 같은 시기 잠재성장률을 1.81%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우리의 진짜 경제 실력인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 시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서는 위기감을 찾기 어렵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이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0.8%보다 2배 높은 1.7%가 나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발표하자 사회 곳곳에서는 오히려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가 들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서만 올해 110조∼114조 원 수준의 법인세가 걷힐 것이라는 전망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2차 추경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법인세 세수 84조6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올해 목표치 86조5000억 원도 크게 웃도는 규모인데, 이를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 안정이나 투자에 사용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용 표심을 얻는 데 쓰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호조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기대고 있지만, 이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와 같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압도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에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면서 반도체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중국도 인공지능(AI) 시대에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거세지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반도체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하나의 상품에 의존하는 모노컬처(Monoculture·단일 재배)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1845년 감자 역병은 아일랜드 인구 100만 명 이상이 아사하는 비극을 가져왔고, 1950년대 바나나 파나마병은 전 세계 바나나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모노컬처의 위험성은 현대 산업사회라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는 애플이 불러온 스마트폰으로의 생태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무너졌고,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의 4%가량을 노키아에 기대고 있던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은 -8.1%(2009년)까지 추락했다. 이런 사례는 현재 독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를 유지하다 전기차 시대를 맞으면서 위기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재임 16년 동안 경제 호황으로 칭송받았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 대한 평가마저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이러한 독일보다 좋다고 보기 어렵다. 경쟁국인 중국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기차, 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을 이미 추월했거나 맹렬히 추격 중이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생·고령화는 노동력 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반도체라는 화려한 장막 뒤에서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국부와 기회를 탕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후대에 감당할 수 없는 빚과 무너진 경제를 남기지 않으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규제 개혁과 노동 시장 유연화 등 창조적 파괴에 나서야 한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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