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핵심국인 독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심상치 않다. 미 국방부는 1일 주독(駐獨) 미군 5000명을 1년 내에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병력의 14%를 빼겠다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SNS에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고려 중’이라는 글을 올린 후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EU의 대미 수출 자동차의 73%가 독일산인 것을 감안할 때 독일을 겨냥한 조치다.

미국의 독일 때리기는 지나치지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미국에 이란전 출구전략이 없는 것 같다” “이란이 협상에서 미국을 굴욕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망가진 자신의 나라나 고치라”고 반발하며 안보·경제 동시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때 협조하지 않은 나토를 비난하며 “한·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본은 발 빠르게 대미 투자 1·2호를 결정하면서 미일 관계 악화를 막았다.

한미 관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대미 투자 등으로 겨우 봉합한 상태지만, 쿠팡 논란과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등 악재가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왜 자꾸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 같은 불안감을 갖느냐”고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물론,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격하로 해석될 수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 논란 수습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동맹 없는 자주국방은 환상이다. 트럼프와 미국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발상으로 한미 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정부가 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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