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야구여신’ 영상이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인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완벽한 외모와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전 세계 누리꾼이 속아 넘어갔지만, 정작 조작의 덜미를 잡은 것은 데이터의 모순을 찾아낸 ‘매의 눈’ 야구팬들이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중계 화면으로 보이는 5초 분량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영상 속 여성은 흰색 튜브톱에 청바지를 입고 다리를 꼰 채 경기를 관람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리는 등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해당 영상은 게재 사흘 만에 조회수 800만 회를 넘어섰고,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평범한 한국 여성이 아니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진짜’ 야구팬들이 중계 화면 속 치명적인 데이터 오류를 찾아내면서 영상의 실체가 드러났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화면 좌측 상단의 점수표였다. 투수는 김서현(2023년 입단), 타자는 조인성으로 표기됐는데, 조인성은 2017년 은퇴 후 현재 코치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두 선수의 맞대결 자체가 시기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또, 팬들은 “응원 플래카드 문구가 ‘최강 두산’이 아닌 ‘최강은 두산’으로 적혀있고 글씨 색상도 실제와 다르다”, “최근 두산과 한화 경기 중 8회 점수가 4대 3인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상에 한국 프로야구 중계와 어울리지 않는 영어 음성이 삽입된 점도 이질적인 요소로 꼽혔다.
한편, 미국에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에밀리 하트(Emily Hart)’의 본체가 인도에서 정형외과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남성 ‘샘(가명)’이 AI로 빚어낸 가짜 인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이 육안으로는 판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짜 콘텐츠가 초래할 사회적 혼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정부는 무분별한 딥페이크 유포를 막기 위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 1월 22일부터 시행된 ‘AI 기본법’에 따라 생성형 AI 결과물을 유통할 경우 반드시 ‘AI 생성물’임을 명시해야 한다. 특히 선거 관련 콘텐츠의 경우 표시 의무 위반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현재의 법적 규제가 AI 모델 개발사와 서비스 사업자에 집중돼 있어 AI를 단순 창작 도구로 사용하는 개별 이용자나 SNS 플랫폼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대와 법적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상의 퀄리티가 아닌 데이터의 진위를 분석해야 조작을 알아챌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플랫폼 차원의 검증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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