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봉 전 육군참모차장, 동국대 특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 결정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전략적 명분’과 ‘정치적 동기’가 결합된 보복성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감축을 미군 글로벌태세검토(GPR)에 따른 전략적 재배치로 설명했지만, 이는 표면상 전략적 명분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즉, 미국과 독일이 나토(NATO) 내 방위비 분담과 이란 전쟁 지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미국이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발언이 ‘괘씸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주독미군 감축이 주한미군과 연계돼 안보 불안이 조성되는 것을 경계한 우리 정부는 지난 3일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한미 간의 이견과 갈등을 고려할 때 독일 공식이 한국에 적용될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이나 상대국 태도를 외교정책에 즉각 반영해 온 점을 고려하면, 동맹 관리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동맹 기여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한국이 동맹에 ‘무임승차’한다며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해 왔고, 우리의 소극적인 이란 전쟁 지원에 대해서도 수차례 불만을 토로해 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훈련 과정에서 드러난 한미 군사 당국 간 이견, 비무장지대(DMZ) 출입권 관련 갈등, 쿠팡 제재 관련 이견, 대북 정보 공유 제한 관련 갈등 등이 이어지면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높은 전략적 가치와 미 의회의 강력한 견제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주독미군은 유럽 동맹국 방어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신속한 전개를 위한 전략거점 역할이 핵심이지만, 주한미군은 북한의 실존적 위협을 억제하면서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 역할도 겸하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또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이 주한미군을 2만8500명으로 명시하고 주한미군 감축 목적의 예산 사용도 금지해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믿고 동맹 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미국은 2026년 국방전략(NDS)에서 중국 견제를 최우선 전략 과제로 제시하며 북한 억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의 전략적 명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만약 한국이 동맹 관리에 실패해 미국에 정치적 동기를 제공한다면, 독일 공식이 재현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세심하고 슬기롭게 동맹을 관리해야 한다. 먼저, 고위급의 실언(失言)을 경계해야 한다. 고위급의 실언은 파급 효과가 커 회복 불가한 실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 동맹 현안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갈등과 이견을 표출하기보다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동맹의 신뢰 회복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미국이 제안한 해양자유연합(MFC) 비군사적 분야 선택적 참여, 대통령의 한미 연합부대 방문이나 주한미군 장병 격려 등의 가시적 조치를 통해 동맹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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