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황 급변속 韓 딜레마

 

국무회의서 사건 직접 언급안해

외교장관 보고에 한차례 질문만

靑 “성급하게 움직일수록 손해”

당분간 신중한 대응 유지할 듯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HMM 나무호 폭발·화재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 지원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의 잠정 중단을 밝히면서 정부도 ‘HMM 나무호’ 폭발·화재 사건에 대해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나섰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에 대한 조현 외교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공식적으로 공격을 중단했나”라고 한 차례 질문하는 데 그쳤다. 조 장관은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60일 (전쟁권한법)을 피하기 위해 종식 후 다시 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실제 출구전략을 찾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HMM 나무호 관련 구체적 언급을 피한 것은 전날까지 청와대가 대통령 주재 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등 신중 행보를 보인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고심 깊은 李

고심 깊은 李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강훈식 비서실장.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중하게 ‘팩트’ 위주로 대응하는 게 맞다”며 “완벽하게 뭐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움직일수록 손해”라고 전했다. 외교부도 HMM 나무호 상황에 대해 ‘폭발과 동시에 화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격받은 것이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냐’는 질의에 “1차 판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태도가 변화한 만큼 정부는 당분간 신중론을 유지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직후 강경 발언을 내놨지만, 하루 만에 “이란과 협상 진전이 있다”며 프로젝트 프리덤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혀, 우리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일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로키’(low-key) 대응은 군사 역할 확대나 파병 문제를 비롯해 국회 비준 문제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2020년 이란·미국 충돌 당시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보는 점도 ‘신중론’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약 1800∼2000㎞ 떨어진 곳에서 해적 퇴치 및 한국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할 시 기존 임무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논란 가능성도 변수다. 헌법 60조에 따라 국군의 해외 파병에는 원칙적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파병 범위와 위험성과 국익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서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회에서는 2020년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포함된 ‘유사시 작전 범위 확대’ 조항에 대해서도 “국회 재동의가 필요하다”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란 점도 정부 대응을 신중하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이란과는 과거에도 대이란 제재에 따른 자금 동결 등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조기 단계부터 ‘이란 피격’으로 규정할 경우 향후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선형 기자, 나윤석 기자
정선형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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