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오월에 생각나는 분들
오월은 장미의 계절인 듯, 예쁜 장미꽃들이 여기저기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난 오늘도 항상 반복되는 일상인 오후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따스한 오월의 햇살이 나를 감싼다. 유리창 너머 활짝 핀 장미꽃을 바라보며 코끝에 맴도는 커피향을 맡으니 이것이 내가 노년에 즐기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계절의 여왕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달이라 생각하며 커피를 또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문득 내가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고맙고, 스승의 날을 생각하니 옛 스승님께 감사하고, 그리고 내가 평생을 고마워해야 할 K 교수님 부부와 남편의 제자 P 교수가 떠오른다.
K 교수님은 우리나라 노동법학계의 권위자이시고 훌륭한 저서와 많은 제자를 사회에 내보내신 분이시다. 근엄하시면서 학문적으로 철저하시고 완벽하신 교수님을 학생들은 무척 어려워하지만, 난 일 년에 가끔 모이는 부부동반에서 만나 뵈면 웃음을 띠고 안부를 물어주시는 푸근하고 인자하신 교수님으로 느껴졌다.
더구나 남편이 떠난 뒤 누구보다도 슬퍼하시고 그 많은 수고를 해주신 것을 여태껏 잊지 못하고 감사하고 있다. 대학교 장례식으로 영광스럽게 떠나게 해주신 것, 일 년 뒤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논문 봉정식을 해주신 것 등 너무나 고맙고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시다. 남편도 멀리서 고마움을 전하며 건강하시라고 안부를 전하리라 생각한다.
또 고마운 사람은 제자 P 교수다. 34년이란 긴 세월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P 교수는 여태껏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승도 아닌 나를 명절이면 기억해 주고 정성스러운 선물을 보내주고…. 남편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노동법학계의 유명교수로 TV나 언론을 통해서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는 가끔 P 교수의 논문이나 기고한 글을 찾아 읽어 보곤 한다.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옛일이 생각나서다. 남편이 유일하게 주례를 선 사람이 P 교수다. 처음 서는 주례라 남편은 몹시 긴장을 했는지 며칠간을 거실을 오가며 큰소리로 연습을 했다. 남편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주례사의 축복을 흠뻑 받아 P 교수는 단란한 가정과 함께 훌륭한 학자로서 현직에 근무하고 있다.
고마운 사람들이 계속 떠오른다. 남편 유학시절 어려움을 같이하며 지낸 L 교수님 가족, K 교수님 가족, 그리고 멀리 계신 A 교수님 가족. 모두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다.
그리고 우애 있게 만나고 시간 되면 같이 여행도 다니는 우리 형제들, 아들딸을 비롯해 한 가족이 돼준 사위와 며느리, 손자 손녀, 그리고 시간이 되면 만나 볼 수 있는 친구들까지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 나에게는 너무도 많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을 마저 마시며 난 소파에서 일어난다. 따스한 오월의 햇살이 나를 감싸준다.
홍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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