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협 봉쇄 두달… 중동 ‘대체 송유관’ 실태·문제점
사우디 - 홍해 잇는 ‘페트로라인’
UAE - 오만만 ‘ADCOP’ 대표적
이스라엘, 지중해 연결방안 제안
걸프 산유국과 갈등완화 급선무
유조선보다 운반물량 적어 한계
이란 · 후티반군 등 공격 우려도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두 달 넘게 지속하면서 좁은 해협을 우회해 육로 등을 통하는 ‘대체 송유관’에 대한 걸프 산유국과 인근 수입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질러 홍해로, 아랍에미리트(UAE)·오만을 가로질러 아라비아해로 직접 향하는 송유관과 이스라엘을 거쳐 지중해로 진출하는 송유관 등이 유력한 대체 석유 수출로로 꼽힌다. 다만 이 같은 우회 송유관은 유조선으로 석유를 나르는 것만큼 많은 물량을 수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육지를 지나더라도 언제든지 이란 등 적대국의 미사일·드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한계점도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걸프 연안에서 직접 홍해와 아라비아해 등으로… 호르무즈 우회하는 송유관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외신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중동 송유관 중 사우디의 ‘페트로라인’(동서파이프라인)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길이 약 1200㎞에 달하는 페트로라인은 페르시아만 연안 압카이크 원유 처리 시설에서 아라비아 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얀부 항구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으로 40년 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페트로라인은 1980년 발생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자 사우디가 봉쇄에 대비하기 위해 건설한 송유관으로도 알려졌다. 40년 전 같은 위협에 대비해 만든 인프라가 지금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중동 송유관으로는 UAE 수도 아부다비 내륙 합샨 유전에서 오만만의 푸자이라 항구까지 약 380㎞를 잇는 아부다비 원유 파이프라인(ADCOP)이 있다. 페트로라인과 비교했을 때 페트로라인은 홍해로 나와 수에즈 운하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한 번 더 거쳐야 하지만 ADCOP는 푸자이라항을 통해 한 번에 공해로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UAE는 송유관 가용 용량을 최대치인 하루 190만 배럴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송유관을 최대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 걸프 산유국들은 미래에도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불안전해질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우회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 판매가 정부 수입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라크의 경우 자국과 요르단을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 유전을 홍해의 요르단 아카바항과 연결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우회하는 수출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라크는 시리아 바니야스 항구로 연결되는 850㎞ 규모의 노후 파이프라인 복구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거쳐 지중해로 진출하는 선택지도… 다만 정치적 갈등이 변수= 걸프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석유를 운송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 수출로 중 하나로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걸프 산유국들이 자국 내 유전과 이스라엘 남부 항구도시 하이파를 잇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만큼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중동 산유국들은 지중해를 통해 유럽 각국으로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또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지난 3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 페트로라인의 서쪽 끝인 얀부항과 이스라엘을 잇는 700㎞ 규모의 신규 송유관을 건설하는 방안을 사우디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송유관을 통해 이스라엘로 운송된 석유는 홍해와 접한 이스라엘 최남단 도시 에일라트와 지중해 인접 도시 아슈켈론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지나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걸프 산유국과 이스라엘을 잇는 송유관은 정치적 갈등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스라엘은 UAE와 바레인 등 일부 아랍 국가들과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면서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사우디·카타르·이라크 등 아직 외교 관계조차 맺지 못한 주요 산유국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걸프 산유국 중 ‘큰형님’ 역할을 하는 사우디의 경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어서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송유관 협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송유관 완성·가동돼도 한계는 명확… 홍해 봉쇄·육상 타격 등 가능성 남아있어= 다만 기존 육상 송유관들이 최대치로 가동되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규 송유관까지 건설이 완료돼도 유조선을 통한 해상 석유 수출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육상 송유관을 통한 원유 수출량이 유조선을 통한 수출 물량보다 현저히 적다는 단점이 있다. 또 유조선을 이용해 수출할 경우 가까운 항구에서 운송을 시작하기 때문에 수출 경로도 유연하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송유관은 건설·정비·사용료가 높고 도착지에 위치한 항구에 수출 물량 병목현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 육상 송유관을 이용한다고 해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수도 없다. 사우디의 경우 페트로라인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우회를 시도해도 결국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 지역에 위치한 예멘 후티 반군은 해당 해협까지 봉쇄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또 ADCOP의 도착점인 오만의 푸자이라 항구는 지난 4일에도 이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드론 집중 공격을 받았다.
박상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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