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정의 ‘온라인 분노 비즈니스’ 실태 추적
(2) 분노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됐나 - 사이버렉카 31개 모니터링
60일간 총 24억 벌어들여
광고 붙은 5개 채널 수익 20억
대부업체선 ‘김소영 특수’ 노려
12곳은 조회수 수익만 1000만원
혐오대상 찾아 ‘빌런 사냥’
불법주차 차량 신고영상 등 올려
일상속 분노 자극하며 구독 몰이
중국인·여성 노골적 먹잇감 삼아
제보→이슈몰이→구독증가
운영자도 댓글창도 ‘제보’ 강조
팩트확인 안됐어도 무차별 방송
장기 후원자 모아 단톡방 운영도
특별취재팀 = 노지운·이현웅·노수빈·김혜웅·이은주 기자
“저희는 어느 언론사도 하지 않은 연쇄살인마의 얼굴을 당당히 공개합니다. 저희를 응원하고 싶은 분은 계좌로 후원 부탁드립니다.”
지난 2월 27일 구독자 98만의 한 ‘사이버렉카(사이버레커)’ 유튜브 채널은 “‘꽃뱀’ 연쇄살인마를 전격 공개하겠다”며 방송을 시작했다. 곧이어 등장한 것은 ‘서울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김소영(20)의 얼굴. 순식간에 댓글 창은 “딱 봐도 화장발” “이렇게 얼굴 까야지 경찰은 뭐하냐”는 내용으로 도배됐다. 이 유튜버가 불과 1시간 만에 쓸어담은 돈은 50만 원.
지난 2월 11일 김소영의 범행이 보도되고 3월 9일 검찰이 신상을 공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6일, 그동안 유튜브에선 확인되지 않은 그녀의 신상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갔다. 파악된 채널만 15개, 모자이크 처리를 한 곳을 합치면 27곳에 달했다. 구독자 2만 명 채널에서 237만 회의 조회 수 영상이 탄생했고, 김소영 얼굴 위에 ‘급전 조율 가능’이라는 글귀를 새겨 대부업을 홍보하는 이들까지 생겨나는 등 저마다 ‘김소영 특수’를 노리기 위해 혈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사이버렉카의 철저한 ‘돈벌이’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지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문화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 두 달간 수익 창출 조건(구독자 1000명 이상·6개월 이내 영상 업로드)을 충족한 31개의 사이버렉카 및 이슈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했다. 이를 통해 범죄마저 정당화하며 ‘값싼 분노’를 값비싸게 파는 ‘분노 비즈니스’의 실태를 파헤쳤다.
◇터지면 대박…60일 동안 24억 벌어=문화일보가 모니터링한 31개 채널은 불과 60일 만에 24억7579만 원 상당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됐다.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채널은 2곳, 5000만 원 이상을 번 채널도 4곳에 달했다. 최다 수익은 앞서 김소영의 신상을 공개한 구독자 98만 명의 A 채널로, 총수익은 18억8307만 원으로 추정됐다.
수익의 대다수는 광고비였다. 광고를 진행한 5개 채널의 수익은 20억5409만 원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이들은 한 편당 평균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A 채널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28개의 광고로 9억289만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채널은 “방송마다 저희를 도와주는 XX(제품 이름) 광고 한 번 보시죠”라고 말하며 3~4개의 제품을 광고했다.
조회 수로만 얻은 수익도 3억3076만 원에 달했다. 조회 수 수익이 1000만 원 이상인 곳은 12개나 됐다. 마치 백과사전처럼 논란의 인물을 소개하는 구독자 33만 명의 B 채널은 두 달간 조회 수로만 5086만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됐다.
수익 부문에서 주목할 것은 중소 유튜버의 약진이다. 구독자가 7790명과 2500명에 불과한 두 중소 채널은 각각 1165만 원과 420만 원을 번 것으로 집계됐다. 구독자 1인당 수익으로 따지면 전체 2, 3위를 차지한다.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후원 또한 1억 원에 가까웠다. 31개 채널 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6곳의 후원금은 약 9092만 원이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조직폭력배 조직원 등을 찾아내 구타하는 모습을 실시간 송출하는 구독자 54만 명의 E 채널은 보이스피싱 가해자라고 소개된 남성을 일방적으로 폭행한 뒤 “우리 오늘 좋은 일 했잖아요. 그러니깐 한 번씩만 후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후원을 요구했다.
◇국적·인종 가리지 않는 ‘빌런 사냥’=31개 채널은 주로 △신상공개와 폭로 △연예폭로 △참교육 영상 등을 업로드했다. 이 중 23개 채널은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을 제작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연예계 루머는 물론 법을 어긴 일반인을 찾아내 ‘사적 제재’를 가하는 콘텐츠를 주력으로 삼는 채널도 10개에 달했다.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혐오할 대상’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실제 31개 채널 중 15개는 노골적으로 혐오 정서를 이용했다. 대상별로 보면 범죄자·중국인·정치·여성이 혐오의 대상으로 쉽게 노출됐다.
해당 채널들은 수사기관이 공표한 피의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사적 제재에 더 집중하는 양상도 보였다.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 상황을 활용, 이른바 혐오의 대상이 될 ‘빌런’을 등장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불법 주차된 차량을 신고하거나 적발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구독자 72만 명의 B 채널이 대표적이다. B 채널의 운영자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주와의 통화 녹음을 올리자 댓글에선 ‘저런 아줌마는 모욕죄로 구속해야 한다’ ‘진짜 염치없고 뻔뻔한 인간’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문제는 악역의 기준이 자의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일도 부지기수다. 지난 4월 8일 연예계 및 사회 이슈를 논평하는 구독자 63만 명의 D 채널에서는 커피 3잔을 마셨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소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점주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초반에는 아르바이트생의 평소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 지적하던 운영자는 녹취록을 들은 시청자가 “점주가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자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범죄자로 억울하게 몰렸다”며 금세 태세를 전환했다.
◇채널 운영자·시청자 간 양방향 소통과 악순환= 이들 채널의 공통점은 시청자와의 소통 활성화를 통해 제보를 독려하며 채널의 몸집을 더욱 키우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실시간 라이브→제보 독려→확인되지 않은 팩트 수집 및 전파→이슈 몰이 후 구독자 증가’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했다.
31개 채널 중 라이브를 진행한 8개 채널에선 오히려 시청자가 신상 공개를 주도하는 흐름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E 채널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의 흡연 영상을 여과 없이 송출하며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쟤네 몇 학년이냐. 학교 이름은 뭐냐”고 묻는 시청자들이 등장했고, 곧이어 다른 댓글에선 “전남 화순에 있는 학교 같은데 한 번 가보자”고 답하며 방송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참여를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채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특히 “제보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는 채널이 삭제된 구독자 81만 명의 I 채널은 수많은 제보를 받았다며 “(강북 모텔 연쇄 살인 피의자) 김소영이 중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 댓글 창 또한 주된 제보 수단이었다. B 채널과 같은 주차 빌런을 적발하는 채널의 댓글 창에선 5만 원을 후원하며 “우리 동네 주차 빌런을 잡아달라”는 요청이 활발했다. 장기 후원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대화방을 운영하는 채널도 있었다.
■ 이렇게 집계했습니다
유튜브 콘텐츠 분석 플랫폼 ‘블링’으로 집계한 예상 수익과 2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진행된 6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 106개(160시간 54분 분량)를 모니터링하며 집계한 후원액을 더한 값. 수사기관 또한 유튜버의 수익을 추산할 때 사용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블링이 제공하는 최저액과 최고액의 평균값을 바탕으로 지난 4월 동안의 예상 수익을 집계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두 달치 예상 수익을 추산했다.
노수빈 기자, 이은주 기자, 김혜웅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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