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 3월 하순에 개정된 북한 헌법의 내용이 6일 언론에 소개됐다. 이 2026년 3월 개정 헌법의 특징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인 두 개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2024년 1월 예고한 대로 영토 조항이 신설됐다. 북쪽은 중국과 러시아, 남쪽은 대한민국과 접한 지역을 영토의 범위로 규정했다. 이미 지난해 북한에서 발간한 지도에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표기돼 있어 영토 조항 신설은 예견됐었다. 새 헌법 전문은 2023년 9월에 개정된 구헌법의 서문과 본문에 있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동족 관계와 통일 개념을 삭제했다. 선대에서 금과옥조로 여기고 남북 당국 회담 때마다 외치던 ‘조국통일 3대 원칙’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침내 ‘통일은 없다’는 명제가 북한 헌법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둘째, 국무위원장의 권한·위상은 대폭 강화됐다.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국무위원장이 가장 먼저 등장하며, 이를 ‘국가수반’으로 정의했다. 북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보다 먼저 배치된 것은 처음이다. 선대의 국가건설·통일 업적이 삭제되면서, 김정은의 통치 이념인 ‘인민 대중 제일주의’가 서문에 명기됐다.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유훈은 3대에 이르러 사라졌다. 체제 정체성마저 변질된 것이다.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핵무력 지휘권이 처음으로 명기됐고, 위임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국무위원장의 ‘중요 간부 임면’ 권한에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 총리’가 명시됐을 뿐 아니라,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이 사라져 명목상 견제 권한도 폐지됐다. 무소불위 김정은의 권력은 절대적이 됐다.

셋째, ‘혁명투사’ ‘영예군인’ 등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 대상에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가 신설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예우를 명시했다. 러시아 파병 군인에 대한 예우를 공식화한 것이다. 수천 명이 사망하고 부상한 부작용을 감추기 위해 헌법까지 동원했다. 가장 심각한 사회 불안 요인이라는 증거다. 외형적으로 기존의 한국을 제1의 적대 국가로 표기한 조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중·러와 같이 외국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신헌법은 주민들의 통일과 민족에 대한 환상을 일소하는 데 주력했다. 섣부른 대화보다는 한국을 하나의 외국으로 간주해 북남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외국이기 때문에 핵무기 사용 대상 국가가 될 수 있으며, 그 결정권은 김정은이 갖고 있다고 표기했다. 기존 남북 협상에서 핵무기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 언급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던 북한의 주장은 결국 핵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임이 드러났다.

북한의 헌법 개정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은 결코 통일을 포기할 수 없다. 두 국가론 헌법이 의도하는 평양의 저의는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핵무기 사용의 근거인지 △북한 주민 내부 단속용인지 △남북관계의 주도권 장악 전략인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공산주의의 현란한 대남 통일전략전술의 본질은 세월이 변해도 불변이다. 시기적으로 상황적으로 시시각각 변신을 거듭하는 평양의 헌법 개정 의도를 파악하는 데 감성이나 환상적인 접근은 금물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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