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책정예산 1260억뿐
“하루 2만원에 40인분 준비해야”
학대 노인 보호쉼터도 태부족
정부가 끼니를 거르는 노인이 없도록 ‘경로당 주 5일 점심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올해도 관련 사업들이 국비 지원 한 푼 없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만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현장에서는 ‘주 5일 점심 시대’ 선언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로당 주 5일 점심’ 시행을 위해 올해 전국 지자체에서 책정한 예산은 약 1260억 원이다. 지난해 말 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전국 6만9260개 경로당 가운데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6만1483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경로당 1곳당 한 달 동안 약 17만778원으로 노인들의 ‘주 5일’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건 냉난방비와 양곡비 정도다. 반찬 구입 등 부식비는 지자체가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노인복지법이 개정돼 부식비를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는 마련됐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이 정부 본예산 확정 이후라서 부식비 편성이 불가능했다. 지난 4월 추경에는 반영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무산됐다.
최근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한정된 예산으로 경로당 점심 식사를 운영하기가 더욱 빠듯해졌다. 서울의 한 경로당에서 ‘중식도우미’에 참여하는 정모(73) 씨는 “식중독 우려 때문에 매일 새로운 반찬과 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2만 원 내로 장을 보고 40인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老老)’ 갈등을 포함한 노인 학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2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의심 신고는 2024년 기준 2만2746건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학대로 판정된 7167건 가운데 가해자가 60세 이상인 경우가 56.8%에 달했다. 반면 대표적인 보호 수단인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는 전국에 20개에 불과하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가장 중요한데 쉼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지운 기자, 김유진 기자, 이현욱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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