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지난 4년,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 반열에 올라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밀려드는 가운데 서울은 지난해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지수’에서 6위를 기록하며 5위 싱가포르를 바짝 추격했다. 컨설팅 기업 커니의 ‘글로벌 도시 지수’에서는 12위,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도시 전망’에서는 2위를 거머쥐었다. 서울시의 질적·양적 성장은 25개 자치구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외국인들이 동대문구와 마포구의 전통시장 맛집을 찾고, 서대문구와 중랑구의 인공 폭포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은평구와 도봉구의 산을 누비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25개 자치구 모두 스마트 기술과 소프트파워로 무장해 해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년간 25인의 구청장을 지켜본 결과,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동구청장 출신 정원오 후보가 여당의 서울시장 주자로 뛰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대다수 구청장은 글로벌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식견과 비전을 갖추고 있었다. 성실성과 실행력 또한 검증된 인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량은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좁은 문 앞에서 한낱 거품으로 전락했다. 행정력만큼은 최고 수준을 증명했던 국민의힘 소속 박일하 동작구청장,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경선의 기회도 잡지 못하고 컷오프된 것이다. 영등포구는 행정안전부의 ‘2025년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동작구는 ‘2025년 구민 만족도 조사’에서 98.3%라는 경이적인 긍정 평가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후보에 대한 구민 만족도 92.9%를 극찬했는데, 이보다 한참 앞선 것이다. 강남구청장의 구민 만족도도 정 후보 이상이다. 그런데도 경선에서 배제된 것은 4년 임기 내내 끊이지 않았던 ‘국회의원 등 지역구 당협(지역)위원장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공천을 받은 한 구청장은 “현역 프리미엄과 개인기로 10%P의 당 지지율 격차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 구청장 선거”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자기 심부름꾼을 꽂겠다고 발목을 잡는 것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갈등설이 파다했던 금천구청장 등 민주당 구청장들은 어쨌든 경선 기회를 얻거나 내부 교통정리 속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지율도 바닥권인 국민의힘이 분열을 자초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했다면 높은 가산점을 주고 경선을 치러 역전승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현명했다. 외부에 알릴 수 없는 결격 사유가 있다면 중앙당이 나서 불출마를 유도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역 구청장 컷오프는 주인공이 된 신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어려운 선거판을 더 구석으로 몰아넣는 하책이다. 실제 컷오프된 구청장들은 아직 새 후보를 도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힘의 적(敵)은 민주당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힘’이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 서울의 행정과는 다르게 반복되는 국민의힘의 구태가 한 달도 안 남은 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기자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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