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삼성전자 실적엔 다양한 기여

기업 넘어 사회적 정당성 문제

성과의 定義와 분배 돌아볼 때

 

노동시장 이중성 상징적 표출

과거 기여와 미래 전망 고려한

유연성과 자율성 강화가 해법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호황과 불황의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에서 성과 보상의 기준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하는 질문은 결국 ‘한국에서 노동과 보상은 어떤 원리로 작동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성과급 요구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기업이 높은 수익을 거뒀다면 그 과실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은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작동 방식이다. 문제는,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지에 있다. 특히, 반도체처럼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에서는 특정 시기의 실적이 개인의 기여라기보다 산업 전체의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호황기에는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불황기에는 불만이 급격히 증폭된다. 여기에 정부 지원과 산업정책의 혜택까지 더해지면 성과 배분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당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갈등의 촉매가 된다.

이번 논란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기업 내부의 격차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후자가 있다’ ‘SK하이닉스와 로닉스’ 같은 자조적 표현은, 그룹 내에서도 사업부와 계열사 간 보상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 한국 사회가 체감하는 ‘이중 노동시장’의 축소판이다. 대기업 내부에서도 격차가 이 정도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간극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노사 갈등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문제를 넘어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이해가 충돌하는 이른바 ‘노노 갈등’이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균열로 떠오른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고용 안정성과 노동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를 확대해 왔다. 해고를 어렵게 하는 제도, 경직된 임금 체계, 획일적인 근로 규제는 안정성을 높였지만, 시장의 유연성은 제약했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고, 기업은 신규 채용에 신중해졌으며,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제도와 문화 모두에서 제약을 받게 됐다. 선의의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제도적 아이러니가 누적된 셈이다.

성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고성과자는 보상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저성과자는 구조적으로 보호된다. 그 결과, 조직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갈등은 누적된다. 성과급 논쟁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이는 어떤 기준으로 기여를 인정하고, 공동체가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달성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해법은 복잡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우선, 기업이 성과급 체계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설계해야 한다. 단기 실적이 아니라 산업 사이클을 반영한 중장기 기준을 도입하고, 성과 산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성과를 단순한 결과 수치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여의 과정으로 해석하려는 조직문화도 필요하다. 그래야 구성원이 결과와 과정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다. 이제는 보호 일변도의 접근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저성과자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전직(轉職)과 재교육, 실업 안전망을 강화해 노동 이동의 비용을 낮춰야 한다. 기업에는 고용 확대의 유인을 제공하면서, 노동시장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안정과 이동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로 설계될 때 노동시장은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하나의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노동시장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신호에 가깝다.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제도와 사회 규범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이 쉽지 않은 균형을 외면한다면 오늘의 논쟁은 내일 더 큰 갈등으로 돌아올 것이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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