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발부라도 사유충족안되면 위법”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체포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46) 씨의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위법체포로 확보한 진술 외에 나머지 증거로도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6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0년 8월∼2021년 1월 경기 의정부 한 오피스텔을 빌려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뒤 광고를 게재하고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A 씨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 적법했는지가 쟁점이었다. A 씨 체포영장은 2022년 1월 25일 발부됐다. 경찰은 2월 4일 A 씨가 임차한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후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A 씨는 “지방에 있어 출석이 어렵다” “변호인과 상담 후 출석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하다가 같은 달 19일 경찰청에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했다. A 씨는 약속한 일시에 맞춰 경기북부청 앞에 도착했으나, 미리 잠복하고 있던 경찰들은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대법원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이 적법하다고 본 1·2심과 달리 ‘위법한 체포’라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수사기관 청구에 따라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된 경우라 해도 그 집행을 담당하는 검사·사법경찰관리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영장에 의한 체포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A 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약속한 시간에 경찰청에 도착한 만큼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언동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체포 후 작성한 보고서에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했던 이유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한 설명이나 기재가 없었다는 점도 들었다.

김군찬 기자
김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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