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환수한 작품…경매서 낙찰 받아

신탁통치 반대 신념 ‘反託翁’ 표기 주목

LS그룹 공동창업자 3세로, 부모와 함께

독립운동유산 환수와 보전에 지속 노력

지난 2월부터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 ‘광복조국(光復祖國). 태인 제공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 ‘광복조국(光復祖國). 태인 제공

“백범 유묵을 설레는 마음으로 살펴보던 중 ‘反託翁(반탁옹)’이라고 씌인 것에 눈길이 갔습니다. 경매 주최 측에서도 유의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김구 선생께서 신탁 통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지요. 누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쓰신 글씨가 아니라 당신의 신념을 담은 유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은 오지 않았다고 반문하신 게 아니었을까요?”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인 이상현(49) (주)태인 대표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28일 서울옥션 191회 경매에서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유묵 ‘光復祖國(광복조국)’을 낙찰 받았다. 이 유묵은 일본에 있던 것을 국내에 들여온 것이어서 문화재 환수 의미가 있다.

‘光復祖國’ 네 글자와 함께 ‘大韓民國二十九年八月十五日臨時政府主席辦公室七十二歲反託翁白凡金九(대한민국 29년 8월 15일 임시정부 주석판공실 72세 반탁옹 백범 김구)’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며, 3개의 인장이 찍혀있다.

이상현  태인 대표가 백범 유묵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태인 제공
이상현 태인 대표가 백범 유묵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태인 제공

해방 2주년이던 1947년 8월 15일 임시정부 주석판공실에서 휘호한 것으로, 여느 유묵과 달리 ‘반탁옹(反託翁·신탁에 반대하는 노인)’이라고 쓴 것이 주목된다. 3·8선을 사이로 갈라진 조국의 현실 속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광복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특히 백범 특유의 떨리는 필체, 이른바 ‘총알체’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총알체는 김구 선생이 1938년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피격된 후 수전증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이뤄낸 글씨체이다. “이번 작품은 총알체의 특징과 함께 힘이 있어서 품격을 느끼게 해 줍니다.”

LS그룹 공동창업자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외손자인 이 대표는 독립운동유산의 환수와 보전에 가족과 함께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아버지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의사의 유묵 ‘日通淸話公(일통청화공)’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했으며, 어머니 구혜정 여사는 안 의사의 유묵 ‘綠竹(녹죽)’을 일본에서 환수해 안중근의사숭모회에 희사했다. 이 대표는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최초로 표시한 표목(標木) 사진을 발굴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전달한 바 있다. “저희 가족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 이 대표는 국립합창단 이사장, 대한사이클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감사 등 문화예술·체육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2월부터 국민의 참여와 후원을 기반으로 문화유산을 보전·관리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지은 기자
김지은

김지은 기자

인물·조사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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