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업체, 공유재산 다툼
10개월전 운영종료 알렸지만
점포는 소송 걸며 영업 이어가
시민들 흉물 방치 눈살 찌푸려
DDP내 상점도 한때 무단점유
“공공재산 활용 기준마련 시급”
글·사진=전세원 기자
“예전엔 축제와 행사가 많이 열려 지인들과 즐겨 찾았는데, 이제 마을이 폐허나 다름없게 됐네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마을을 바라보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날 찾은 마을은 나무 펜스가 설치돼 방문객 입장을 막았다. 10개월 전 ‘마을 운영이 종료됐다’는 내용을 담아 내걸렸던 현수막은 곳곳이 찢어진 채 나부끼고 있었다.
서울시 공유재산을 놓고 시와 입점 업체 간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해당 시설을 이용했던 시민들 불편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장기간 방치된 채 흉물로 전락한 데 이어, 서울 곳곳에서 공유재산 무단 점유와 법적 분쟁이 반복되면서 공공시설 조성과 재정비 사업도 잇따라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330억 원을 들여 조성에 나서 2017년 예술가들의 기획전시 공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저조한 방문객으로 인해 곧바로 ‘유령 마을’로 불렸다.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서울시는 서울의 근현대 골목길을 재현한 40여 채의 문화·예술 체험관과 전시관 등을 보강해 2019년 재개장한 바 있다.
대수술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콘텐츠와 저조한 방문객으로 운영상 어려움은 계속 이어졌다. 서울시는 마을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매년 18억∼20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식의 예산 낭비에 한계를 느끼고 2024년 전격 철거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대신, 서울시는 서울광장 10배 크기의 역사문화공원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입점 업체와 갈등이 불거졌다. 같은 해 6월에는 입점 업체 계약이 종료됐으나 해당 업체는 시의 퇴거 명령에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1·2심 모두 패소한 이 업체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외벽에 걸고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엔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층 로비 일부를 무단 점유해 왔던 업체를 상대로 서울디자인재단이 강제집행에 나서 공간을 회수하기도 했다. 이 공간은 2023년 3월까지 사용 수익허가가 이뤄졌지만 이후 올해 3월까지 무단 점유가 계속됐다. 1심은 디자인재단이 승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시가 무단 점유 업체들에 부과한 변상금 건수는 6390건, 금액은 252억1200만 원에 달한다. DDP와 갈등을 빚는 업체의 경우 변상금 5억 원 중 6400만 원만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및 서울시의회와 논의해 관련 공유재산 계약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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