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로 발전해 왔다. 이 구조적인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현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5극3특’ 지역균형발전 전략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에 달렸다. 이를 위해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기업 분산 유치, 글로벌 기업 유치가 필수다. 지방정부 역시 교육·문화·교통·주거 등 정주(定住)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학생들은 여전히 ‘인(in)서울’을 외치고, 지역 학생들조차 졸업한 뒤 일자리를 따라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결과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최근에는 이를 압축한 ‘S3’(거점국립대 3개를 우선 집중 육성)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선별과 집중’의 한계도 드러난다. 대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 연계전공 중심의 평가 구조는 이미 산업 기반이 갖춰진 지역에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시작부터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결국, 단순한 대기업 연계 여부를 넘어 거점국립대가 지역과 함께 스스로 산업과 인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좀 더 복합적인 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거점국립대별 특화형 연구소 지정, 지역 현실에 기반한 특성화 분야 선정, 지역 산업 생태계와 연계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 구축, 독자적인 대학 혁신 생태계를 통한 구조 재편, 고등교육 서열 개선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연구중심대학 체제’ 수립이 그것이다.

실행 방향도 분명하다. ‘S3’라는 획일적 상향 복제 모델이 아닌, 거점대학별 강점이 세계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연계한 산학일체형 육성 방식이 필요하다. 또, 단기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3∼5년 단위의 기초연구 안정적 지원, 지역 산업과 대학을 연계한 연구·개발(R&D) 플랫폼, 우수 연구자 유치 패키지를 결합한 장기·누적형 투자 모델로 바꿔야 한다.

대학과 지역·산업이 결합된 삼중나선(Triple Helix) 구조 구축도 핵심이다. 특히, 산업 기반이 약한 지역일수록 공공 주도의 초기 투자와 기업 유입이 필요하다. 동시에 수도권 집중과 대학서열화 완화를 위한 학부 정원 분산과 지역인재 채용 확대, 대학 간 공동 학위제 등도 뒤따라야 한다. 끝으로, 캠퍼스 안에 대기업·글로벌 기업의 앵커 연구소를 유치할 혁신지구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등 중앙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전제돼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프로젝트를 특정하는 평가 방식의 선발을 통해 또 하나의 서열화 정책이 돼선 안 된다. 거점국립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고 자구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로 설계돼야 한다. 정부는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 생산물 지역에서 소비) 정책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헬스케어 등의 미래 신산업을 매개로 글로벌 수준의 기업 환경을 지역에 조성해야 한다.

지역 경쟁력이 살아나면 수도권 집중도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거점국립대의 역할이 맞물릴 때 지역 균형발전도 현실이 될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단순한 복제(Clone)를 넘어 각 지역의 창조적 앵커(Anchor)로 자리잡을 때, 지역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는 함께 달성될 수 있다.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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