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문화부장

대한불교조계종이 부처님오신날(5월 24일)을 맞아 지난 6일 진행한 수계식에서 깜짝 이벤트가 벌어졌다. 130㎝의 아담한 키에 스님처럼 가사·장삼을 걸친 로봇이 제 발로 걸어 들어가 ‘가비’라는 법명을 받아들고, 두 손을 합장하는 모습. 일반 불자가 참석하는 수계식에선 전혀 볼 수 없는 그림이라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만큼은 아니지만 “아, 이제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스님도 하는구나” 하는 낯섦과 감탄에 빠졌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 뒤에는 불교계의 남다른 고민이 숨어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불교 신자의 숫자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1983∼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총 4606명 조사) 가운데 ‘종교가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40%였다. 문제는 이 비율이 2004년(54%)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을수록 종교가 없는 사람이 많았다. 20대 24%, 30대 29%, 40대 37%, 50대 45%, 60대 이상 52%로, 20대는 4명 중 3명 이상이 무교로 나타났다.

젊은 교인들이 새로 유입되지 않는 것은 종교계로선 매우 큰 위기다. 종교인의 고령화는 마주하기 싫은 현실이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가지로 안간힘을 써왔다. 조계종은 ‘나는 절로’라는 매칭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2030세대의 호기심을 붙들었고, 기독교는 북카페 교회나 공연형 예배, 천주교는 세계청년대회(WYD) 개최 등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로봇 가비도 어찌 보면 이 같은 젊은 예비 종교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 종교인이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갤럽 조사에서 20대의 58%는 ‘관심이 없다’고 했고, 20%는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다’, 9%는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라고 응답했다. 과학적 세계관과 개인주의가 심화하고, 종교 지도자의 비리나 정치적 개입으로 불신이 커지면서 나타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극단적 이념과 일부 종교 단체의 결합,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이 중동 전쟁에서 가장 무자비한 가해자로 탈바꿈한 것에 실망한 탓이다. 또한, 취업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은 늘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 종교에서 궁극의 가치를 찾기보다 챗GPT를 통해 손쉽게 해결하는 게 편하다. 이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결과다.

그렇다면 종교는 결국 소멸될 운명에 처했단 말인가. 그건 아닐 터이다. 여전히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은 종교에서 안식을 찾고 있다. 나이 들어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이런 혼돈의 시기일수록 종교가 더욱 빛을 발한다. 미국 출신으로는 최초로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는 모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전쟁에 쓴소리를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비아냥대도 ‘평화’의 메시지를 굽히지 않았다. 법명 가비는 ‘석가모니의 자비’라는 뜻이란다. 로봇이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 기만하지 말라는 계율을 담고 있다. AI 로봇이 중생을 구제하는 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톨스토이의 “참된 종교는 인간을 서로 사랑하게 한다”는 말처럼 종교의 역할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김인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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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기자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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