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중 잠시 폐쇄했던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 박동미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중 잠시 폐쇄했던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 박동미 기자

“‘해방공간’을 주제로한 한국관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와 연대로 ‘완성’된 것 같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앞에서 만난 최빛나 예술감독은 이날 하루 한국관의 문을 닫은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는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에서 9일 공식 개막했으며, 한국관은 앞서 6일부터 ‘해방공간: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미래다’라고 쓰인 포스터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8일 한국관 폐쇄 직후 만난 최빛나 한국관 예술감독. 박동미 기자
8일 한국관 폐쇄 직후 만난 최빛나 한국관 예술감독. 박동미 기자

올해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는 최 감독은 “고통받는 땅에 대한 지지와 연대야말로 예술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라면서 “동참하지 않으면 ‘해방공간’이라 이름붙인 전시와 모순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한국관을 비롯해 일본, 벨기에, 네덜란드 등 10여 개 국가관이 이날 안내 포스터를 부착하고 문을 닫았다. 오스트리아관과 영국관 등은 팔레스타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국가관 직원 일부가 파업했다’라고 안내했다. 비엔날레 측은 “이번 파업이 기관 직원이나 조직과는 무관하다.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행사가 질서정연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쇄된 한국관 앞에서 방문객들이 문에 붙여진 포스터를 확인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폐쇄된 한국관 앞에서 방문객들이 문에 붙여진 포스터를 확인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이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국가관 폐쇄는 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예고됐다. 2024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이후 결성된 단체 ‘학살이 아닌 예술 연대’(Art Not Genocide Alliance·ANGA)는 지속적으로 국가관의 일시 폐쇄를 요구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비엔날레 참여를 반대하며 심사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일부 국가관 예술감독들이 더욱 결속, ‘8일 동시 폐쇄’로 이어졌다. 한국관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이범헌 위원장은 “예술감독의 의견을 존중해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이스라엘관.  자르디니 내 공식 국가관은 폐쇄했고, 아르세날레 지역에 임시 국가관을 마련했다. 이스라엘관 앞에 뿌려진 ‘반 이스라엘’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는 관람객. 박동미 기자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이스라엘관. 자르디니 내 공식 국가관은 폐쇄했고, 아르세날레 지역에 임시 국가관을 마련했다. 이스라엘관 앞에 뿌려진 ‘반 이스라엘’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는 관람객. 박동미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의 러시아관 앞. 전쟁 반대, 러시아의 비엔날레 참여 반대 등의 시위와 퍼포먼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박동미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의 러시아관 앞. 전쟁 반대, 러시아의 비엔날레 참여 반대 등의 시위와 퍼포먼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박동미 기자

‘팔레스타인 연대’뿐만 아니라 이번 비엔날레는 복잡한 국제정세로 인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전 공개 첫날부터 러시아관 앞은 러시아의 비엔날레를 반대하는 시위와 저항 퍼포먼스의 공간이 됐다. 2024년 작가들이 자진 철수한 바 있는 이스라엘관은 공사를 명분으로 폐쇄된 채, 자르디니 공원 밖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관은 오후 3시로 예정된 ‘탑돌이’ 퍼포먼스를 위해 약 1시간가량 잠시 문을 열었다. 이웃한 일본관은 폐쇄 직후 다시 진행된 내부 논의를 통해 ‘팔레스타인 연대’ 포스터를 떼고 재개관했다. 영국관 등 파업에 동참했던 국가관 상당수가 오전 중 다시 문을 열었다.

베니스= 글·사진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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