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있었던 곳’ 표지
‘그들이 있었던 곳’ 표지

5·18 민주화운동 다룬 소설 두 편 출간

정찬 ‘그들이 있었던 곳’·이경혜 ‘두 아이’

어느덧 46주년을 맞는 5·18을 앞두고 그날의 진실을 파헤친 소설 두 편이 출간됐다.

정찬의 ‘그들이 있었던 곳’이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광주의 비극을 사실적이고 총체적으로 그려냈다. 이경혜의 ‘두 아이’는 5월 24일 계엄군 총격으로 숨진 열한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들이 있었던 곳’의 주요 인물은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선 시민군 지도부의 박태민과 김선욱, 죄의식으로 번민하는 신부 도예섭, 양심적 계엄군 병사인 강선우, 광주의 진실을 기록하는 외신기자 머튼 등이다.

작가는 항쟁파와 비항쟁파로 나뉜 시민군 내 갈등, 신의 침묵 앞에서 고뇌하는 가톨릭 사제의 고민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피해 갈 수 없는 공포와 번뇌를 통해 자유와 인간 존엄, 신과 인간, 구원의 문제를 깊숙이 파고든다.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광주로 재진입한 5월 26일,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은 박태민은 극 중에서 자신들이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가치에 대해 말한다.

“죽음은 진실을 지키기 위한 불꽃이었습니다. 죽음을 껴안고 싸웠던 이들은 알 것입니다. 해방광주는 죽음의 혼이 켠 진실의 등불임을.” (212쪽)

이 책은 24년 전 출간된 장편 ‘광야’를 새롭게 고쳐 쓴 작품이다. 제목도 바꿔 달았다.

정찬은 ‘작가의 말’에서 12·3 비상계엄을 보며 5·18의 경험이 현재화되는 신비를 느껴 ‘그들이 있었던 곳’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막으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의 모습에서 80년 5월의 광주 시민이 떠오른 것은 역사의 신비였습니다. 그 신비에서 우리들이 발견한 것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입니다.” 단순한 과거의 역사를 넘어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교실’이자 ‘숭고한 철학적 응답’인 5월 광주를 오늘날의 광장으로 소환하는 작품이다.

이경혜의 ‘두 아이’는 5·18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열한살 소년의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1980년 5월 24일 광주 외곽 송암동에서는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매복 중이던 전투교육사령부대 소속 대원들이 이동 중인 공수부대원들을 시민군으로 오인해 교전이 시작된 것.

공수부대원 9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으며, 피해는 군인에 그치지 않았다. 인근 산에서 놀던 초등학생과 저수지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공수부대원들은 분풀이로 인근 마을에서 청년들을 끌어내 사살하기까지 했다.

작가는 이 비극적 사건 자체를 주목하는 대신,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 아이에게 편안하고 따스한 사후 세계를 선사한다. 하얗고 폭신폭신한 구름으로 가득한 구름나라에 올라온 ‘재봉이’는 스페인 게르니카 폭격으로 숨진 ‘마르코’를 만나 우정을 쌓고, 가장 아이다운 방식으로 서로의 아픔을 달래게 된다.

이경혜 작가는 매년 5월이면 ‘광주 연작’ 시리즈를 내고 있다. 이번 작품은 ‘명령’과 ‘그는 오지 않았다’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그들이 있었던 곳 = 말하는나무. 248쪽.

두 아이 = 바람의아이들. 140쪽.

박세영 기자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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