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업포럼 2026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단순 제조 넘어 서비스화 필요”
“효율성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경제안보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통상과 산업, 기술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이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허윤(사진)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질서에 사실상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한국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그 구조 자체가 리스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전쟁 사례에서도 보듯이 공급망은 언제든 정치적·군사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공급망이 분절될수록 비용은 상승하고 불확실성은 확대되며, 이는 곧 국가 경제의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산업 전략 측면에서 허 교수는 제조업의 인공지능(AI)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미국이 AI 소프트웨어와 인프라에 집중하고 중국이 제조 기반 자동화에 강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두 축을 결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판단이다. 허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데이터와 생산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라며 “여기에 AI를 접목하면 생산성 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제조를 넘어 서비스와 결합된 제조업의 서비스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시에 핵심 광물과 소재·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해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 과제로 제시했다.
허 교수는 향후 본격화할 피지컬 AI 경쟁에서 한국은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AI와 제조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이 분야에서 핵심 허브이자 표준 선도국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보안이 검증된 기술’이라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핵심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에서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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