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 한국증권학회 회장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주중 7500선을 돌파했다가 7498로 장을 마감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증시는 이례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식시장의 지수는 한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상장기업 이익의 총합,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응축해 보여주는 척도다. 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기업 실적과 성장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자본시장이 우리 경제의 내일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반도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2차전지·바이오·방산 등 핵심 수출 산업의 이익 모멘텀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한국 부품·소재 산업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내 위상도 한 단계 올라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명 우리 경제의 밝은 면이다.
그러나 환호 뒤에는 짙은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져 있다. 7500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호황은 시가총액 상위 일부 대형주에 편중돼 있고, 중소형주와 코스닥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무엇보다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심상찮다. 가계의 자산효과는 일부 투자자에 한정되며, 다수 국민의 가처분소득은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신규 착공이 위축돼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부담도 커지는 추세다. 골목상권에서는 매출 회복이 더디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물론 정부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확대, 이자 감면, 채무 조정, 임대료·공공요금 지원 등 수십 가지 처방을 내놨다. 문제는 정책의 양이 아니라 도달률이다. 사각지대를 좁히고, 데이터에 기반해 수혜자를 먼저 찾아가는 실효성 중심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직시해야 할 변화가 있다. 주중 코스피 7500을 견인한 AI·반도체 호황은 동시에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이다. 콜센터 상담, 단순 사무, 일부 회계·번역·디자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AI가 사람의 업무를 빠르게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양극화의 해법은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다. 단기적인 일자리 보전을 넘어,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재교육과 직업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해야 한다. 실직자와 폐업 자영업자를 데이터·AI·돌봄·그린 산업 등 신성장 영역으로 흡수할 수 있는 평생학습 인프라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 나라의 모방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성과 소득 안전망, 평생학습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한국형 체계의 설계다. 산업 현장과 직접 연결된 마이크로 디그리, 기업이 참여하는 직무 전환형 재교육, 그리고 전직(轉職) 과정의 소득 공백을 메워주는 안전망이 함께 가야 한다.
코스피 7500은 분명한 성취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국민 모두의 풍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수가 가리키는 길과 다수 국민이 걷는 길이 다른 방향이라면, 그 격차는 결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환호 뒤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코스피 7500시대를 진정한 호황으로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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