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부산에서 동시에 열린 개소식

국힘, 박민식 후보에 총집결

여당보다 한동훈 견제에 집중

 

거친 말로 與 공격하는 장동혁

野 대통합 없인 ‘방구석 여포’

상황 호전됐지만 역전 까마득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10일 사무실 개소식에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송언석 원내대표, 김민수·김재원·조광한 최고위원, 나경원·안철수·김기현·권영세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정동만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 8명이 들어섰다. 중앙당을 취재하는 기자단의 부산 출장 편의를 위한 버스도 마련했다.

14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중 지도부와 중진 등이 이렇게 나선 것은 박 후보 사무실 개소식밖에 없다. 같은 시간 박 후보 사무실에서 6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이 열렸다. 여당의 하정우 후보와 3파전이 벌어지는 곳에서 국민의힘이 유독 당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하 후보보다는 한 후보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원래 한 후보 개소식에는 한지아·진종오·박정훈 의원 등 친한계 의원들이 당의 징계 경고에도 참석하기로 했지만 한 후보가 유권자 중심으로 치르겠다며 불참을 요청했고, 의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실제 한 후보 사무실에는 한 후보에게 찰밥과 나물 반찬을 제공해 화제를 모았던 ‘토마토 할머니’와 북갑 주민이 대거 참석했다.

장 대표 입장에서는 지방선거 승리에 앞서 어떻게 하든 제명해 내쫓은 한 후보만큼은 절대로 국회의원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음 직하다.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도 어쩌면 당권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한 후보의 국회 입성을 막기 위해 멀리 부산까지 내려왔을지 모른다. 사실 박 후보 사무실 개소식과 같은 시각에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는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이 열리고 있었다. 경남지사 선거는 여당에서 김경수 전 지사가 출마해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다. 상식적으로는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박완수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우선 참석해야 하는데, 부산 북갑을 선택한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장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범죄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수괴인 이재명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지금 모든 헌법 질서와 사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이재명이 그 파괴왕이고 수괴”라고 했다. 여당을 ‘범죄단체’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게는 직책도 붙이지 않고 ‘수괴’라고 비난했다. 당초 마련한 연설문에서 이 부분은 장 대표가 직접 수정해 강도를 높였다고 한다. 당 대표 언급이 이렇게 거칠어도 되느냐의 문제를 떠나, 그런 정도의 적개심이면 광역단체 한 곳이라도 더 승리를 가져와야 할 텐데, 광역단체보다 오직 부산 북갑에만 쏠릴 것 같아 의아하다.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여야 대표 회동에서 장 대표는 이 대통령 권유로 정청래 대표와 손을 맞잡으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이 대통령을 ‘범죄단체 수괴’라고 극언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 대통령 면전에서도 이렇게 얘기할지 의문이다. ‘방구석 여포’라는 말처럼 이 대통령 앞에선 강하게 말을 못하고 밖에서 아예 대통령 직함도 붙이지 않으니 말이다.

여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을 냈다가 역풍을 맞으면서 영남 지역 중심으로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숙의를 요청했고, 당도 선거 이전에 추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부정적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스스로 만든 능동 이슈가 아니라 여당이 만들어준 것이기에 상황이 완전히 반전된 것은 아니다. 장동혁 지도부에 실망한 보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않으면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본격 선거전에서 견제 심리를 극대화하기 힘들다.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 2000명’을 철회하는 것이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킬 방법이라는 당의 간곡한 요청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악재까지 덮치면서 108석이라는 참패를 기록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윤어게인 단절, 야권 대통합을 위한 결단과 장 대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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