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밭에서 정성껏 캐 보낸 배추를 애들 보는 앞에서 반토막 내고는, 제 손으로 직접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게 하셨죠”
스승의 날(5월 15일)을 나흘 앞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과거 교사들에게 당한 폭력과 수치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하고 있다.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교권 보호가 절박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교사들의 과오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개봉한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를 요약한 한 유튜브 리뷰 영상(제목:16년만에 찾아온 제자들의 끔찍한 복수ㅣ반전주의ㅣ스승의 은혜 [영화리뷰/결말포함])에는 이날 현재 조회수 251만 회, 댓글 4300여 개를 돌파하며 이른바 ‘과거사 폭로의 장’으로 변모했다.
2021년 게시된 이 영상에 따르면, 영화 스승의 은혜는 학창시절 교사로부터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당한 제자들이 졸업 후 복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댓글 창을 가득 채운 증언들은 1970~80년대생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생생한 ‘집단 트라우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머리를 교실 벽에 처박았다”거나 “체벌 때문에 평생 꼬리뼈 통증을 달고 산다”는 신체적 폭력 수기는 물론, “촌지를 안 줬다고 맨손으로 밥을 먹게 했다” “가난한 형편을 공개적으로 조롱했다”는 식의 경제력에 따른 차별대우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 친구를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고발도 포함됐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영화 속 통쾌한 복수를 접한 뒤 그간 억눌렸던 감정을 털어놓으며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거 교육 현장의 과오가 오늘날의 교권 추락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과거 교사들에게 상처받은 ‘피해자 세대’가 이제 학부모가 돼 자녀를 과잉 보호하거나, 학교 현장을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극단적인 방어기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두고 엇갈린 세대의 비극적인 역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1980~1990년대 학생을 패던 교사들은 은퇴해 연금을 받으며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데, 정작 그때 맞고 자란 세대가 교사가 돼 이제는 무너진 교권 아래 학생들에게 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젊은 교사들은 이 같은 ‘과거와의 악순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고교 2년차 미술교사 A(30) 씨는 “과거의 잘못된 기억으로 인해 현재 헌신하고 있는 교사와 학교 전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때 스승의 사랑을 기리던 ‘스승의 은혜’라는 찬가는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스승의 업보’로 남아, 오늘날 교권 회복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젊은 교사 세대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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