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창남 조각가 ‘아로새기다’ 展
아버지 기억하며 금강산풍경
어머니 떠올리며 고가구 작업
구자열 LS의장 작품 구입 눈길
“안방에 놓인 반닫이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이 끊임없이 나왔고, 어머니가 반닫이를 여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마법처럼 느껴졌지요. 그 기억 속에서 반닫이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 자애와 돌봄이 깃든 존재로 남았고, 저는 이를 조각으로 다시 불러냈습니다.”
권창남(63·사진) 조각가는 고가구 반닫이를 표현한 석조 작품에 대해 10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개인전 ‘아로새기다’를 열고 있다. 5월을 거쳐 6월 4일까지 진행하는 전시는 제목에서처럼 작가의 기억과 정서를 돌에 새겨넣은 작품 40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부여 궁남지·통영 세병관 등 문화 유적을 표현한 조각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핏 보면 목조인 듯 싶은데 오석(烏石·검은 돌)에 섬세히 새긴 작품이다.
드넓은 만주 벌판과 수려한 금강산 풍경은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1910년생인 아버지는 난세인 일제강점기에 만주, 일본, 조선 팔도를 누볐던 경험을 어린 자식들에게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이렇게 돌 작품에 새긴 것이지요.”
그의 작품 중 전통 고가구를 표현한 것들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관련이 있다. “1919년생인 어머니는 가족을 보살피느라 밤낮없이 애쓰셨어요. 그분의 손길이 머물렀던 고가구를 통해 그 모성을 되새겨봅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권 작가는 어린 시절 도토리에 도장을 새기다가 조각에 눈을 떴다. 작가 활동을 하며 목조 작품을 만들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덜 되는 석조에 애정을 두게 됐다.
그는 ‘한국형 조각’의 길을 열어왔다. 우리 근대 조각 예술이 서구 영향권에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걸 벗어나기 위해 고독하고 끈질기게 자신만의 개성적 작업을 해 왔다. 그런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광화문을 모티브로 한 조각 작품 ‘기억-그곳에 가면’이 지난 2016년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사에 설치된 것이 그 사례이다.
한편, 이번 전시 개막일(5월 6일)에 미술 수집가로 유명한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이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본 후 ‘기억’ ‘그곳에 가면’ 연작 등 3점을 구입했다. 그는 각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응접실에 놔두고 정원을 보듯 할 수 있겠기에” “제가 좋아하는 소나무를 표현한 것이어서” “금혼식을 맞은 지인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재선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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