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일반 국민의 글로벌 인터넷 접속은 제한하면서 일부 계층에는 사실상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허용하는 이른바 ‘이중 인터넷’ 체계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시위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강화된 인터넷 통제가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박탈감까지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던 지난 1월 인터넷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가 2월 일부 완화했지만,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다시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가상사설망(VPN) 수요가 급증하며 암시장 가격도 크게 뛰었다. 이란 상공회의소는 최근 두 달간 인터넷 차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가 약 18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기업 활동 차질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이란 최대 이동통신사인 이란이동통신(MCI)은 지난 2월부터 외국 사이트 접속 제한을 완화한 ‘인터넷 프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가입자는 사업·학술·과학 분야 종사자라는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국가 필터링 시스템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화이트 유심’을 이용하게 된다. MCI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컨소시엄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매체 하바르 온라인은 이를 두고 “빠르고 검열 없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디지털 엘리트’와 고비용 VPN에 의존해야 하는 ‘디지털 피지배층’으로 사회가 나뉘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헤란 주민 파라즈(38)는 CNN 인터뷰에서 “높은 물가와 실업 속에서 어렵게 돈을 모아 VPN 비용을 내야만 X 같은 플랫폼에서 뉴스를 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특권층이 아무 제약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란의 월평균 임금은 2000만~3500만토만(약 38만~66만원) 수준인 반면, 인터넷 프로 상품은 1년 50GB 기준 약 200만 토만(약 3만8000원)이며 별도 가입비도 부과된다.
정책을 둘러싼 이란 내부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프로는 지난 2월 국가최고안보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정부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국민 접속 제한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고, 사타르 하세미 통신부 장관도 “차등 인터넷과 화이트리스트 시스템은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이버공간 통제 권한을 가진 모하마드 아민 아가미리 이란 사이버공간 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화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유심칩이 암시장에서 고가 거래되자 이란 사법부도 단속에 나선 상태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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