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나고 자란 필리핀계 미국인이 ‘미스 유니버스 필리핀’ 왕관을 차지하면서 현지 사회가 뜨거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압도적인 지성과 식견으로 우승을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그가 과거 미국 대표로 미인대회에 나섰던 이력을 문제 삼으며 ‘자격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열린 ‘미스 유니버스 필리핀 2026’ 결선에서 우승한 비아 밀란-윈도스키(23)는 오는 11월 세계대회에 필리핀 대표로 출격한다. 하지만 당선 직후 현지 여론은 축하보다 비판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그의 성장 배경과 과거 행보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자라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서 역사와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생애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특히 과거 ‘미스 어스’ 대회에 미국 대표로 참가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필리핀을 당선을 위한 ‘우회로’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윈도스키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필리핀에서도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방인으로 자랐다”며 눈물로 정체성 혼란을 고백했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출생 직후 필리핀 대사관에 신고를 마친 ‘태생적 이중국적자’임을 증명하며 법적 결격사유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과거 미국 대표 출전 이력에 대해서도 그는 “당시엔 어머니의 권유로 참여했으나, 언젠가 다시 무대에 선다면 반드시 뿌리인 필리핀 대표이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역설적이게도 논란 속에서 그를 우승으로 이끈 결정적 요인은 결선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답변 능력이었다. 그는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왜 필리핀 대표가 되려 하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에 “필리핀인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국민들이 생계를 위해 가족과 떨어져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국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그의 답변은 단순한 미인대회 참가자를 넘어 공직자에 준하는 책임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윈도스키는 실력으로 자격 논란을 잠재우며 세계무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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