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뷰티를 넘어 이제는 ‘K-기름’의 시대가 왔다. 최근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 전통시장 골목의 참기름과 들기름이 뜻밖의 쇼핑 리스트 1순위로 떠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건강식’이자 ‘현지 체험’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울 시내 주요 방앗간이 일본 젊은층의 여행 성지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12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엑스(X)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서울 전통시장 기름집을 방문하는 ‘방앗간 투어’ 인증샷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인들은 SNS에 “원하는 양만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압착해 병에 담아준다”며 “병을 여는 순간 퍼지는 향이 시중 제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극찬을 내놓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기름집에 열광하는 핵심 동력은 ‘경험의 차별화’다. 참깨와 들깨를 저온에서 은은하게 볶아 주문 즉시 기름을 짜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체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 제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도와 풍미, 그리고 눈앞에서 완성되는 제조 공정이 ‘현지 로컬 체험’을 중시하는 일본 관광객들의 취향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의 한 유명 기름집에는 하루 수백 명의 일본인이 몰리며, 특히 2030 여성층의 방문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기름과 들기름의 인기는 일본 내 ‘건강식’ 트렌드와도 닿아 있다. 들기름은 이미 일본에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알려져 한 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여기에 “한국산 기름이 특히 향이 깊고 고소하다”는 인식이 현지 매체를 통해 확산하며 선물용 및 기념품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들이 진짜 맛있는 걸 알아본다”는 반응과 함께, 일각에서는 “들기름값이 오를까 걱정이다”, “제발 우리 먹을 건 남겨달라”는 농담 섞인 하소연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대형 쇼핑몰 위주에서 ‘로컬 밀착형’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프랜차이즈 대신 전통시장과 노포를 찾아 현지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를 여행의 본질로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인의 생활 문화 전반으로 스며드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한국적 경험 자체가 강력한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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