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김형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2026 인공지능(AI) 인덱스 리포트’는 한국 AI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AI 모델 부문에서 한국은 엑사원(EXAONE), 하이퍼클로바X, 솔라 프로 등 8개 모델을 배출하며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결과다.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건수는 14.31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AI 도입률 역시 빠르게 상승하며 AI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거버넌스 성과도 뒤처지지 않는다. 2016년 이후 제·개정한 AI 관련 법률은 누적 17건으로 주요 20개국(G20) 중 미국에 이어 2위다. 특히 올 1월부터 시행된 ‘AI 기본법’은 이러한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1·2위와의 격차는 인정하더라도 한국은 AI 강국의 문턱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실용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이제는 지표를 넘어 산업 현장과 국민의 삶 속에서 실질적 활용을 확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의 성과가 ‘무엇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평가였다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가’가 기준이 돼야 한다. 기업에서는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공공에서는 행정 처리 속도가 얼마나 단축됐는지, 병원에서는 대기 시간이 줄었는지와 같은 체감 가능한 변화가 새로운 기준이 돼야 한다.
정부가 ‘모두의 AI’를 국정 기조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기술 영역에 머무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민간과 공공을 오가며 40여 년을 AI·소프트웨어(SW) 산업현장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이번 AI 인덱스 발표는 큰 성취를 확인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남은 과제를 또렷이 드러낸 지표이기도 했다. 특히 ‘공급’ 관점의 모델·특허·인프라·법제도 지표는 상위권에 위치하며 우리나라의 AI 역량을 입증했지만 ‘수요’ 측면의 ‘AI 확산’은 상반기 25위, 하반기 18위에 머물렀다.
세계적 수준의 모델과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 이제부터는 ‘우리 회사’ ‘우리 매장’ ‘작업장’ ‘가정’ 등 국민의 삶 속으로 AI가 스며들어 체감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기술과 현장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에 역점을 둬야 할 시기다. 공공이 먼저 AI를 도입해 민간의 AI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견고히 해야 한다. 아울러 AI의 혜택을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포용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에서 시작된 AI 전환이 산업과 국민의 일상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도 정부를 도와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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