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 비엔날레서 퍼포먼스 선보인 홍은주 작가
대만작가 리이판 초청 깜짝 데뷔
獨서 활동 김이이수 작가가 공연
작가처럼 생긴 3D 인형과 한몸
밀고 때리고 내던질때 연민 느껴
그 감정이 AI와 다른 ‘인간다움’
10월 서울서 새 작품 발표 예정
베니스 = 글·사진 박동미 기자
“나랑 똑같이 생긴 3D 인형을 발로 차보고, 내던져도 봤어요. 인형은 생명이 없지만 알 수 없는 연민과 수치심 같은 게 밀려오더라고요. 저는 그 감정이 인공지능(AI)과 같은 비인간과 우리를 구분 짓는 ‘인간다움’이라고 믿어요.”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대만관에서 퍼포먼스 작품 ‘내가 환희에 젖어있을 때 그녀는 절망에 차 있었다(She seemed devastated, when I was weeping with joy)’를 선보인 홍은주(33) 작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시연 직후 이 작품의 메시지를 이렇게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홍 작가는 독일 뮌헨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영상, 설치작업, 퍼포먼스 등 매체를 넘나드는 ‘미술계 신진’으로, 대만의 미디어 아티스트 리이판의 초청으로 올해 비엔날레에 ‘깜짝’ 데뷔했다.
그는 “리이판과는 평소 작업의 결과 톤이 비슷해 SNS로 소통해왔다. 그래서 협업 제안에 흔쾌히 응했는데, 그게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걸 나중에 알고 꽤 놀랐다”고 했다.
“비엔날레에 올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하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빨리 왔어요. 다음에는, 본전시에 초청받고 싶어요.”(웃음)
홍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은 역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트랜스젠더 아티스트 김이이수 작가가 공연자로서 수행한다. 김이 작가는 3D 인형을 머리에 매단 채 이 ‘복제인간’과 한 몸이 돼 움직인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어루만지고, 밀쳐내고, 때리고, 내던진다. 그 광경은 생경하고 당황스럽다가 점차 홍 작가가 말한 연민과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홍 작가는 “그 생경함이 출발점”이라면서 “유체 이탈처럼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경험, ‘나’와의 감정적 교류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홍 작가와 이미 여러 차례 작업한 김이 작가는 “개인적으로 ‘비인간’ 취급을 받은 경험이 충분하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감각을 잘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30분간의 퍼포먼스 내내 전시장 중앙에선 리이판의 영상 작업 ‘스크린 멜랑콜리’가 상영된다. 화면 속엔 발가벗었으나 성별과 인종을 알 수 없는 인물이 계속 ‘자기 복제’된다. 이 ‘잿빛’ 존재가 홍 작가의 3D 인형과 어딘지 닮았다. 홍 작가는 “애초 따로 제작된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비슷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두 작품 모두 기술의 발전을 인간 욕망의 반영으로 보고, 그 안에 내재된 연약함과 폭력성에 주목한다.
대만관 전시장은 팔라초 델레프리조니.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형사 재판소이자 감옥으로 사용된 곳이다. 카사노바가 갇혔던 곳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인데, 그 독특한 분위기와 역사적 사실이 퍼포먼스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이다. 작가는 “속박된 영혼들이 많았던 곳이다. 뭔가로부터 자유하려는 퍼포먼스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 모든 게 ‘인간다움’에 대한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퍼포먼스는 이날부터 9일까지 사흘간 이어졌다. 홍 작가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새로운 퍼포먼스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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