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 비엔날레서 퍼포먼스 선보인 홍은주 작가

 

대만작가 리이판 초청 깜짝 데뷔

獨서 활동 김이이수 작가가 공연

 

작가처럼 생긴 3D 인형과 한몸

밀고 때리고 내던질때 연민 느껴

그 감정이 AI와 다른 ‘인간다움’

 

10월 서울서 새 작품 발표 예정

지난 7일(현지시간) 베니스비엔날레 대만관에서 홍은주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을 수행한 김이이수(가운데) 작가가 홍은주 작가를 본뜬 3D 인형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베니스비엔날레 대만관에서 홍은주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을 수행한 김이이수(가운데) 작가가 홍은주 작가를 본뜬 3D 인형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베니스 = 글·사진 박동미 기자

“나랑 똑같이 생긴 3D 인형을 발로 차보고, 내던져도 봤어요. 인형은 생명이 없지만 알 수 없는 연민과 수치심 같은 게 밀려오더라고요. 저는 그 감정이 인공지능(AI)과 같은 비인간과 우리를 구분 짓는 ‘인간다움’이라고 믿어요.”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대만관에서 퍼포먼스 작품 ‘내가 환희에 젖어있을 때 그녀는 절망에 차 있었다(She seemed devastated, when I was weeping with joy)’를 선보인 홍은주(33) 작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시연 직후 이 작품의 메시지를 이렇게 전했다.

대만 미디어 아티스트 리이판의 초청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게 된 홍은주 작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팔로쪼 델레 프리조니의 분장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대만 미디어 아티스트 리이판의 초청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게 된 홍은주 작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팔로쪼 델레 프리조니의 분장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홍 작가는 독일 뮌헨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영상, 설치작업, 퍼포먼스 등 매체를 넘나드는 ‘미술계 신진’으로, 대만의 미디어 아티스트 리이판의 초청으로 올해 비엔날레에 ‘깜짝’ 데뷔했다.

그는 “리이판과는 평소 작업의 결과 톤이 비슷해 SNS로 소통해왔다. 그래서 협업 제안에 흔쾌히 응했는데, 그게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걸 나중에 알고 꽤 놀랐다”고 했다.

“비엔날레에 올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하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빨리 왔어요. 다음에는, 본전시에 초청받고 싶어요.”(웃음)

홍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은 역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트랜스젠더 아티스트 김이이수 작가가 공연자로서 수행한다. 김이 작가는 3D 인형을 머리에 매단 채 이 ‘복제인간’과 한 몸이 돼 움직인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어루만지고, 밀쳐내고, 때리고, 내던진다. 그 광경은 생경하고 당황스럽다가 점차 홍 작가가 말한 연민과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홍 작가는 “그 생경함이 출발점”이라면서 “유체 이탈처럼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경험, ‘나’와의 감정적 교류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홍 작가와 이미 여러 차례 작업한 김이 작가는 “개인적으로 ‘비인간’ 취급을 받은 경험이 충분하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감각을 잘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만 리이판 작가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팔라초 델레프리조니.
대만 리이판 작가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팔라초 델레프리조니.

30분간의 퍼포먼스 내내 전시장 중앙에선 리이판의 영상 작업 ‘스크린 멜랑콜리’가 상영된다. 화면 속엔 발가벗었으나 성별과 인종을 알 수 없는 인물이 계속 ‘자기 복제’된다. 이 ‘잿빛’ 존재가 홍 작가의 3D 인형과 어딘지 닮았다. 홍 작가는 “애초 따로 제작된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비슷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두 작품 모두 기술의 발전을 인간 욕망의 반영으로 보고, 그 안에 내재된 연약함과 폭력성에 주목한다.

대만관 전시장은 팔라초 델레프리조니.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형사 재판소이자 감옥으로 사용된 곳이다. 카사노바가 갇혔던 곳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인데, 그 독특한 분위기와 역사적 사실이 퍼포먼스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이다. 작가는 “속박된 영혼들이 많았던 곳이다. 뭔가로부터 자유하려는 퍼포먼스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 모든 게 ‘인간다움’에 대한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퍼포먼스는 이날부터 9일까지 사흘간 이어졌다. 홍 작가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새로운 퍼포먼스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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