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도서관 모던매거진展
신여성·별건곤·삼천리 등
일제하 잡지 전성기 한눈에
‘조선 힙스터’들의 열망과 꿈이 담긴 100년 전 잡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대 잡지가 때로 젊은 문화 선구자들의 공론장으로, 한편에서는 대중의 놀이터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그리고 짧고 휘발성 강한 글들이 온라인을 뒤덮은 지금 시대에 되짚어볼 잡지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할 전시 ‘모던 매거진(Modern Magazine)-조선의 힙스터 아카이브’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는 130년 전 대조선독립협회회보(1896) 발행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모던과 낭만의 시대를 이끈 잡지들이다. 먼저 일제의 감시가 서슬 퍼렇던 1930년대에도 잡지를 통해 치열한 사유를 기록하고 새로운 문화를 열어젖히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바로 1934년 창간해 ‘삼사문학(三四文學)’이라 이름 붙은 문예 동인지를 통해서였다. 젊은 문인들은 이 잡지를 통해 시, 소설, 평론 등을 두루 다루며 문단에 초현실주의 바람을 일으켰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가 20대 초반이었던 1936년 ‘삼사문학’ 5호의 표지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920년대 근대 여성의 해방을 꿈꿨던 ‘신여성’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에 따르면 이는 “신여성들의 뜨거운 갈망이 응축된 기록물”로, 당대 여성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매호 절판될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시인 백석(1912~1996)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가 수록된 잡지 ‘여성’의 1938년 3월호는 특히 눈길을 끈다.
독자들의 성원 속에서 잡지는 점차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른바 ‘대중잡지 전성시대’로 이어진 것. 취미와 해학을 내세워 인기를 끈 ‘별건곤’, 일제강점기 최장기간 발행된 ‘삼천리’, 신문사에서 발행한 대중잡지 ‘신동아’ 등이 그 예다. 전시에 등장한 희귀 근대 잡지 80종에 대해서는 “가장 인간적인 지성의 정수”(김 관장), “오랜 시간 축적된 전문성과 공공성, 기록성과 문화적 가치를 담은 매체”(백동민 한국잡지협회장)라는 평도 나왔다. 전시 마지막 부분에 배치된 잡지 표지 제작 체험은 덤. 관람객이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근대 잡지 표지 주인공처럼 꾸며준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인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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