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대전 오월드의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 돌아온 지 보름 남짓 만에 동화책이 나오면서, ‘딸깍 출판’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기민한 기획 출판으로 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출판사는 “글은 작가가 쓰고 그림은 일부 AI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책에 AI 활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늑구 동화책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마우스 한 번 ‘딸깍’ 하는 수고로 책을 만드는 시대다. AI는 초안 작성, 아이디어 정리, 문장 교정에 이미 폭넓게 쓰이고 있다. 2026년 현재 인터넷 텍스트 중 인간이 직접 쓴 글은 25∼4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발행 건수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고, 각종 공모전 응모작도 급증했다.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 수준에 이른 작품이 많아졌다고 한다. 요즘 공모전 주최 측들은 AI 활용 원칙과 범위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이다.

7일 국회는 도서관법을 개정해, 이른바 ‘AI 딸깍 출판물’을 도서관 납본에서 제외하거나 납본 부수를 줄일 수 있는 권한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부여했다. 출판사가 AI로 만든 책을 사람이 쓴 것처럼 속이고 납본 보상금을 받는 경우, 보상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도 손질했다. 또,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사는 ‘AI문고 집필 가이드라인(윤리 서약)’을 만들고 이 기준을 통과한 저작물에만 ‘인간 저술 출판물’임을 인증하는 HAP 마크를 붙이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작가 단체가 인간이 쓴 작품임을 보증하는 ‘HUMAN AUTHORED’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마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경우 연간 20만∼30만 종의 책이 출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진짜 좋은 작품을 가려내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이 걱정된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내에 AI가 더 정교해져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구분하기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최소한 책이 전적으로 인간 저작인지, AI가 보조로 쓰였는지, 아니면 사실상 딸깍 도서인지 분명히 표기해야 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 냈을 때 책임 주체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작권과 데이터 이용 규범을 포함한 관련 법제 역시 현실의 새로운 문제에 맞게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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