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AP 뉴시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러시아 성향의 인사이자 자신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게르하르트 슈뢰더(82) 전 독일 총리를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중재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친러시아 성향으로 비판받는 그가 중재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즉각 거부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슈뢰더 전 총리가 중재를 맡는다면 푸틴이 협상 테이블 양쪽에 모두 앉는 셈”이라며 “러시아에 우리 측 협상가를 지명할 권한을 주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총리 출신이자 대러시아 강경파인 칼라스 대표는 러시아가 성실하게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러시아가 파놓은 함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자신이 유럽 대표로 협상에 나서는 게 낫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정부도 유럽 내부 분열을 노린 러시아의 또 다른 하이브리드 전술이라며 반대했다. 군터 크리히바움 독일 외교부 유럽 담당 정무차관은 “그는 지금도, 예전에도 푸틴에게 강하게 영향받아 왔다”며 “가까운 우정은 세계 어디서나 정당하지만, 공정한 중재자로 여겨지는 데는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절인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모든 유럽 정치인 중에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대화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한 데 따른 반응이다. 1998∼2005년 독일 총리를 지낸 슈뢰더는 퇴임 이후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 에너지업체들과 사업관계를 끊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독일 연방의회도 그가 전직 총리로서 본분을 수행하지 않는다며 사무실 임대와 직원 고용 예산을 삭감해 사실상 전직 총리 예우를 박탈했다. 소속 정당 사회민주당(SPD)은 제명을 검토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연방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중재를 시도하는 등 전직 총리로서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언론 기고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도 “러시아를 영원한 적으로 악마화하는 데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dpa통신이 전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