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오는 20일부터 경복궁 수정전에서 2026년 상설공연 ‘소리의 씨앗’을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경복궁 야간개장 기간에 맞춰 마련된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소리의 씨앗’은 ‘글자도, 악보도 전부 소리의 씨앗이니, 그 씨앗은 모두가 즐길 때 비로소 싹을 틔운다’는 주제 아래, 시공간을 초월한 세종대왕과 현대 음악가의 교감을 그린 작품이다. 슬럼프에 빠진 한 음악가가 궁중 예술의 깊이를 체험하며 ‘백성과 함께 즐기는 마음’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임을 깨닫고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약 70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웅장한 궁중 행진음악 ‘대취타’로 막을 연다. 이어 용비어천가를 악(樂)·가(歌)·무(舞)로 풀어낸 ‘봉래의’, 단소와 생황의 2중주로 절제된 미학을 선보이는 ‘수룡음’ 생소병주가 무대에 오른다. 꾀꼬리의 자태를 그린 독무 ‘춘앵전’과 벽사진경의 의미를 담은 집단무 ‘처용무’에 이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여민락’이 대미를 장식한다. 특히 춘앵전을 K팝 댄스와 접목하거나 처용무에 현대 아이돌 군무를 차용하는 등 ‘궁중음악의 재해석’이라는 기획 의도가 돋보인다.
무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연극 ‘파우스트’ 등을 맡은 양정웅 연출가가 연출과 대본을 담당했으며, 국립국악원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과 김충한 무용단 예술감독이 각각 정악과 무용을 기획했다. 정악단과 무용단 등 60명 내외의 출연진이 수정전 월대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오르며, 수정전 전면을 활용한 맵핑 영상도 더해진다.
관람객을 위한 부대 체험도 마련됐다. 수정전 반경 400m 내에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포토존이 설치돼 대취타 공연 의상을 입고 나각을 부는 체험 이미지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 후면 촬영 시에는 다양한 국악기를 프레임으로 활용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박성범 국립국악원 장악과장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경복궁에서 국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K-컬처의 외연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궁의 야경 속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씨앗’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전통예술의 매력을 발견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상반기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10회, 하반기 9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15회 등 총 25회 열린다. 야간개장 기간 중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7시30분에 진행되며, 회당 120명 선착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은 14일부터 국립국악원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경복궁 입장료 3000원은 별도다.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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