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우리함께키우담’ 사업

 

빈곤·부모 갈등 노출된 가구에

놀이에 기반한 양육 코치하고

주민과 함께 하는 체험 활동도

다문화 엄마 위한 교육도 풍성

지난해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위기영아가정 지원사업 ‘우리함께키우담’의 놀이 기반 양육 코칭이 진행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지난해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위기영아가정 지원사업 ‘우리함께키우담’의 놀이 기반 양육 코칭이 진행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이제는 제가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혼자인 느낌이라 외출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어요.”

2024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결혼이주배경 여성 오벨린(가명) 씨는 지난해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의 위기영아가정 지원사업 ‘우리함께키우담’으로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에 온 이후 약 1년간 지역사회와의 접점 없이 고립된 상태였던 오벨린 씨는 우리함께키우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지원을 받았다. 지역 주민들은 오벨린 씨에게 대중교통 타는 법, 화폐 개념, 한국식 이유식·가정식 조리 방법 등을 가르쳤다. 주민들을 “엄마” “언니”라고 부르며 믿고 따른 오벨린 씨는 “필리핀에 있는 엄마가 생각난다”고도 전했다. 오벨린 씨의 남편은 “아내가 밝아졌다”며 “예전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요즘은 자주 뭘 하러 나간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처음 시행된 우리함께키우담은 지속·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해에도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위기영아가정은 경제적 빈곤, 부모의 양육 지식 부족, 가족 내 갈등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부모의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와 사회적 고립은 이런 어려움을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만난 보호자들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의지는 분명했으나 스스로를 ‘부족한 부모’로 인식하며 양육에 대한 불안과 정서적 고립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며 “특히 이주배경 가정이나 산후우울 위험 가구 등은 공적 지원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제도권 밖에서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함께키우담은 지난해 영등포구에 사는 위기영아가정 8가정(아동 9명, 보호자 14명)을 지원했다. 경제적 빈곤이나 부모 혹은 아동의 장애, 부모의 심리적 불안정, 가정 내 폭력과 갈등 등 위기상황에 빠진 가정들로, 0∼36개월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원사업은 △놀이 기반 양육 코칭 △부모 교육 △주민들과 함께하는 맞춤형 체험 활동 △스페셜 데이(아동 성장을 기념하는 사진 촬영 1회 이상 실시) △맞춤형 여가 지원 △가정 맞춤 놀이 및 발달 키트 제공 △가정 방문·대면 및 유선상담 등으로 진행됐다.

지역 주민들이 준비해준 한부모 가정 하늘(가명)이 100일 잔치 모습.  초록우산 제공
지역 주민들이 준비해준 한부모 가정 하늘(가명)이 100일 잔치 모습. 초록우산 제공

실제로 부모 교육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복지관과 가정에서 아동의 발달 개월 맞춤형으로 이뤄졌다. 오벨린 씨의 부모 교육은 타갈로그어 번역본으로, 박모 씨의 경우 베트남어 번역본으로 총 5회 진행됐다. 부부 갈등이 심해 지원을 받은 한 참가자는 “부부 갈등이 아동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됐다”며 “자녀 앞에서 갈등 노출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페셜 데이를 통해 진행된 한부모 가정인 하늘(가명)이네 100일 잔치도 주목받았다. 하늘이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일상은 늘 빠듯했다. 어머니는 하늘이 100일 잔치를 해주고 싶어도 집이 좁고 준비할 여유도 없고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워 걱정이 많았다. 이를 전해 들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100일 떡과 플라워 디렉팅을 재능나눔으로 함께 준비했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모여 하늘이의 100일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사 당일 정성스레 차려진 100일상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하늘이를 안은 채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잘 차려주실 줄 몰랐다”며 “아이에게도 제게도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함께키우담을 통해 지원 부모의 전체 양육 스트레스 점수는 58.74점에서 50.32점으로 14.33% 줄었다. 특히 아이를 ‘까다롭다’고 인식하는 정도는 58.52점에서 41.52점으로 29.05%나 낮아졌다. 보호자들은 “스스로 미숙한 부모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녀와의 상호작용이 증가하며 가정 분위기가 이전보다 안정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복지관은 밝혔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이예린 기자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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