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업포럼 2026 - 美·中 패권 경쟁속 한국의 대응 전략

 

中, 원자재·기술 개발 통합

중동 ‘오일파워’ 필적 존재

‘제2의 패권국’ 도약할 의지

 

美, 여전히 압도적 패권국

미래기술 핵심 주도권 보유

다극체제 시작 주장은 망상

 

HBM을 전략자산 지렛대로

“21세기 공급망 전쟁의 시대를 맞아 대체 불가 소재를 독점하며 붉은 공급망(Red Supply Chain)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은 오일 파워를 자랑하던 중동에 필적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vs “다극체제로의 전환은 망상이라며, 패권 도전국을 응징하는 미국의 힘과 영향력은 극일 체제에 가깝다.”

압도적인 기술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피지컬 인공지능(AI) 전쟁과 이란 전쟁 등으로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간 테크노 헤게모니(기술 패권) 다툼의 향배에 대한 전문가들의 정세 판단은 불붙고 있는 경쟁만큼이나 크게 엇갈렸다.

중국이 원자재와 제조, 물류, 기술 개발을 하나로 통합해 내재화하는 붉은 공급망 구축을 통해 ‘제2의 패권국’으로 도약하겠지만, 기술·군사력·기축통화 등 제반 분야에서 압도적 패권국인 미국이 비대칭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의 부상을 억누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패권전쟁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체 불가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강력한 정책 수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일보가 12일 ‘피지컬 AI 혁명과 테크노헤게모니’를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문화산업포럼 2026’에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붉은 공급망 확장을 통해 주요 산업별로 실력을 키우며 제조업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면서 희토류를 비롯한 첨단산업 소재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전기차 소재의 80%, 반도체 소재의 40%가량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이어 한국에 대해서도 핵심 광물에 대한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지배력이 끝나고 다극체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과 믿음은 망상”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미국은 핵심광물에서 중국의 통제에 기반한 ‘경제적 강압’에 시달리겠지만, 다른 대체 공급망 대신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 대한 금융 제재, 달러 패권을 기반으로 한 외환 거래에 대한 제재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비대칭 전략 카드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일극체제’가 계속되면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정당화하고 한국에 불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자주의를 포기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자주의를 다시 살리기 어렵게 때문에 현실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체 불가능한 초크 포인트(전략적 요충지)가 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 교수는 “지금은 불안정성의 상징인 상호 의존성을 관리해 나가면서 미국의 혁신 생태계에 자리 잡고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가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소장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엄청나게 돈을 벌 때 공장을 10개 더 짓고, 지배적인 시장 공급력을 확 키워 4년 뒤 반도체 영업이익을 500조 원이 아니라 5000조 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한국의 최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HBM은 사실상 한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쓰는 것처럼 한국도 HBM을 전략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노유정 기자, 김유정 기자
최지영
노유정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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