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한타바이러스 경고등

 

사람 간의 전파 위험은 낮지만

독감 증상 비슷해 진단 어려워

 

설치류 매개병 전세계 발생빈번

기후변화로 인간과 접점 넓어져

물류망 늘어나 확산 속도 ‘가속’

크루즈 집단 감염 사례 경각심

12일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 내 한타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쥐 그림과 해당 바이러스 관련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포스터가 붙여진 방에서 한 의료진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2일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 내 한타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쥐 그림과 해당 바이러스 관련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포스터가 붙여진 방에서 한 의료진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박쥐 유래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가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설치류를 매개로 한 감염병 위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남미 등지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며 보건 당국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도시화, 생태계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간과 설치류의 접촉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국제 보건 당국 안팎에서는 팬데믹 위험이 특정 동물이나 특정 바이러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와 함께, 설치류 매개 감염병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미국·남미서 잇단 감염 사례… 다시 커지는 한타바이러스 경계= 최근 미국과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며 보건 당국이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과 관련해 현재까지 최소 9건의 확진·의심 사례와 3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미국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가 접촉자 추적과 격리에 나섰으며, 미국에서는 최소 18명의 탑승객이 귀국 후 격리·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추가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각국 보건 당국에 감시 강화를 권고한 상태다.

한타바이러스는 감염된 쥐나 들쥐의 침과 소변,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된다. 설치류 배설물이 건조되며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사람이 흡입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감염 경로다.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신증후군출혈열(HFRS)이 주로 보고되며, 미주 지역에서는 폐 손상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PS)이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타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사람 간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설치류와 인간의 접촉이 늘어날 경우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초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한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 앞바다에 머물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한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 앞바다에 머물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 기후위기·도시화 속 설치류 급증… “인간과 거리 가까워졌다”= 설치류 매개 감염병 위험은 한타바이러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렙토스피라증과 라사열 등 설치류와 관련된 감염병 역시 일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국제 보건 당국은 이를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감염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설치류 매개 감염병 위험이 커지는 배경으로 기후변화와 도시화를 동시에 지목한다.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로 설치류의 번식 환경이 바뀌고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인간과의 접촉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서부에서는 기후와 설치류 증가, 감염 확산이 연결된 사례가 반복적으로 연구돼 왔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미국 남서부 지역 한타바이러스 확산 사례에서는 엘니뇨 이후 강수량 증가로 식생이 늘어나면서 설치류 개체 수가 급증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먹이 증가가 번식 확대를 불러왔고, 이후 인간 접촉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반복되면서 유사한 위험이 다시 커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도시화 역시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산림 훼손으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설치류가 인간 생활권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도시 외곽이나 빈곤 지역에서는 폐기물 처리와 위생 인프라 부족 문제가 겹치며 설치류 개체 증가가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변화와 도시화는 서로 맞물려 감염 위험을 더욱 키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집중호우와 홍수 이후 하수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폐기물이 쌓이면서 설치류 활동이 늘어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문제가 단순히 보건 이슈를 넘어 도시 환경과 기후 문제까지 연결된 구조적 위험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다음 팬데믹 예상 못 한다” … 감시 체계 강화 요구 커져= 전문가들은 최근의 설치류 매개 감염병이 당장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위험 자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설치류는 인간 생활권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초기 감염이 발생할 경우 통제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국제 보건기구와 각국 보건 당국은 야생동물 감시 체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환자 발생 이후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설치류 개체 수 변화와 이동 경로, 기후 데이터 등을 함께 분석하는 조기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 대응 체계가 여전히 사후 대응 중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한 뒤 대응에 나서는 방식만으로는 기후변화 시대의 감염병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 Health)’ 접근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설치류 매개 감염병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특징이다. 설치류는 국경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으며, 국제 교역과 물류 확대 역시 감염병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도시화와 물류망 확대 이후 일부 감염병의 확산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팬데믹이 반드시 새로운 바이러스 형태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미 존재하던 감염병이라도 기후와 환경 변화, 인간 활동 방식 변화가 결합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감염병 대응 전략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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