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골프와 선거는 비슷한 점이 많다. 장갑을 벗을 때까지, 투표함을 모두 열 때까지 승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골프장에 벙커, 해저드 등 수많은 위험 요소가 있듯이 선거에도 셀 수 없는 변수와 리스크가 존재한다. ‘고개 들면 죽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 고개 들고 친 공은 ‘죽기(OB)’ 십상이다. 목을 뻣뻣이 세우고 ‘폴더 인사’를 하지 않으면 선거는 하나 마나다.

6·3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언행 주의령을 내리며 부자 몸조심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만한 언행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던 정청래 대표가 부산에서 어린 여자 초등학생을 상대로 ‘오빠’ 발언 논란을 일으켜 주의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민주당이 수용해 선거 이후 처리로 방향을 잡은 것도 ‘권력에 취했다’는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오만 프레임에 걸리면 선거는 필패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선거 전 승리감에 도취해 선거를 망친 흑역사가 적지 않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장의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노인 폄훼 발언이 있었고, 2024년 22대 총선 때 유시민 작가의 ‘200석 가능’ 발언이 대표적이다. 두 선거 모두 입방정만 떨지 않았다면 자체 개헌이 가능한 200석 이상도 가능했다.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인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주당은 선거 분위기가 좋으면 스스로 까먹는 아주 묘한 장점들이 있다”고 했는데, 전례를 보면 괜한 말이 아니다.

조작기소 특검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이번 선거에서 당당하게 국민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다.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처리 시기만 미루는 것은 “국민을 무지몽매한 소위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 취급하는 것”(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다. 겉으론 국민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면서 다른 쪽에선 무조건 처리를 강조하는 등 엇박자가 나는 걸 보면, ‘겸손 연기’도 힘든 것 같다. 공을 잘 치다가 어느 순간 ‘핸디캡(진짜 실력)’이 드러나 점수를 다 까먹는 게 골프다. 정치는 잘못된 말 한마디, 손짓 하나로 폭망한다. 한 타, 1표로 승부가 나고 상대방보다 조금만 잘하면 이기는 것도 둘의 닮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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