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범 사회부 부장

깜깜이 선거, 범죄 전과 후보자들, 약속 파기, 퍼주기 공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6·3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의 현주소다. ‘교육’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 교육감 선거를 표현하는 말들로 횡행하고 있다. 더 우울한 것은 이번 선거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교육감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2007년부터 정당 공천 배제 원칙이 도입됐지만, 교육감 선거 현장은 의도했던 바와는 전혀 다르게 정치색이 짙어지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교육 자치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전국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방 교육 자치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천하는 데 기여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긍정 답변은 10.3%에 불과했다. 그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13.1%), ‘그렇지 않다’(33.2%)는 응답은 절반에 육박했다.

다양한 원인이 교육감 선거 혼탁을 불러왔겠지만, 역설적으로 정당 공천 배제가 보수나 진보 등 각 진영의 단일 후보로 선정되어야 당선 가능성이 커지는 결과를 빚게 됐고, 이 때문에 후보자들마다 자극적인 선거 공약을 내세우도록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선심성 퍼주기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만 3∼5세 유아 완전 무상교육이라거나 초·중·고교생 등하교 대중교통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학원비 40%를 부담하는 공립형 학원을 설립한다는 건 그나마 낫다. 초·중·고 신입생 입학준비금 30만 원, 고교 3학년에게 사회진출지원금 100만 원, 초등학교 3학년부터 매월 학생 교육수당 10만 원 등 현금을 직접 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공약이 쏟아진다. 아이들이 어떤 꿈을 꿀 수 있게 하겠다는 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 말 대잔치’의 영향인지 정작 교육감이 할 수 없는 일들까지도 해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지난 12일 전국 진보 진영 교육감 예비 후보들은 공동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입시 제도를 바꾸는 일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소관 업무로, 아무리 교육감이라고 해도 할 수 없는 영역인데도 말이다.

각각 보수·진보 진영 후보로 선정되기 위한 과정의 투명성도 낮아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일례로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단일 후보 선정 과정에서 선거인단 6000명 누락 의혹 등이 불거져 투명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이후 경선 불복을 선언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교육감 선거 후보자 10명 중 3명 가까이가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 교육 자치 수장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폭력·횡령 등 전과도 있어 충격을 준다.

내일은 제45회 스승의 날이다. 1963년부터 시작됐던 스승의 날은 중간에 폐지되는 곡절을 겪은 후 1982년부터 다시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그로부터 45회째다.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을 위해 지정된 이날을 계기로, 정말 제대로 존경받는 후보자가 각 지방 교육감으로 당선되기를 희망해 본다.

장석범 사회부 부장
장석범 사회부 부장
장석범 기자
장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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