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

후무칭 지음 | 김주희 옮김 | 글항아리

친정엄마,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까지. 보험금 편취를 노리고 가족 세 명을 계획 살인한 유흥업소 종사자 출신 27세 여성 사형수. 이미 검거 및 재판 당시 경찰과 언론에 의해 ‘패륜 며느리’ ‘검은과부거미’ 등으로 낙인찍힌 사람에 대해, 대만의 한 베테랑 여기자가 3년간 취재한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인권·사회 분야를 주로 취재하며, 주요 언론상을 휩쓴 기자 후무칭은 문제의 여성 린위루가 대만 사회를 발칵 뒤집은 지 10여 년이 지난 후 교도소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듣고자 한다. 저자는 린위루의 범죄를 감싸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시대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흔적을 남긴다”며 “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에는 어떤 기대와 신뢰가 외면당하고 방기되는 일이 있었고, 린위루의 재판 과정에는 사법기관의 모순과 언론의 착취가 얽혀있다”고 분석한다.

충실한 논픽션인 책은 저자가 린위루와 상호 신뢰관계를 쌓으며 취재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둘 사이에 벌어진 ‘기싸움’이 흥미롭다. 린위루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후무칭에게 매번 금전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동성 결혼을 제안하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 저자가 이를 들어주고 취재를 이어나가야 할지, 거절할지 고뇌하는 대목이 실감 난다. 436쪽, 2만5000원.

이민경 기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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