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
강기원·김용택 등 68인 지음┃문학동네
어릴 때 가장 큰 숫자는 100이었다. 백 점, 백 개, 백 번. 더는 셀 수 없을 만큼 크고 단단한 숫자. 2008년 첫걸음을 뗀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가 18년 만에 마침내 100권에 이르렀다.
‘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는 단지 100권 출간을 기념하는 책이 아니다. 손바닥만 한 책에서 웃음과 고독, 상상과 용기가 따뜻한 김처럼 피어오른다.
시인들은 작은 존재들을 부른다. 냉이 옆집에 사는 꽃다지, 달빛벌레, 모댐이풀꽃 등과 같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존재들을 엎드려 오래 들여다본다.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잠시 시인의 안경을 빌려 쓴다.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고 정답처럼 굳어진 생각의 바깥으로 한 걸음 걸어나간다.
시인들에게 어린이는 세상 가장 기쁜 손님이다. 노란 씨앗을 황금 조각으로 여길 줄 아는 어린이의 마음이야말로 보석이니까. 다만 어린이를 마냥 밝고 해맑은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이는 슬픔 때문에 입을 꼭 다물고(‘조개 이야기’), 어느 날 함박눈처럼 눈물을 터뜨린다(‘웃는 눈’). 시인들은 그런 마음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다. 넘어질 때가 더 많은 존재의 첫걸음을 응원하며(‘실개천’), 더디더라도 기다려준다.(‘고양이와 나의 갸웃’)
딴생각이, 동시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이 동시집을 읽고 나면 용기가 생겨난다. ‘백 번 넘게 숲의 문을 두드렸다면’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알아보는 눈을 달고, ‘새똥이 하얀 이유’에서처럼 눈살 찌푸릴 일도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딴생각을 품으면서. “준비됐어! (…) 한 발자국만 걸어 보자.”(‘소원을 이뤄 봐’) 144쪽, 1만35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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