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어리스 피플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안진환 옮김┃디플롯
“희망찬 코미디로 시작해, 어둠과 후회로 끝났다.” 세라 윈윌리엄스가 그곳에서 보낸 7년의 시간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곳이 어디냐고 하면, 바로 최초의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가던 페이스북. 그러니까 현재의 메타다. 실리콘밸리 근처에도 가본 적 없던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이었던 그녀는 2011년 페이스북의 해외 공공정책 담당자가 됐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적 도구를 다루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 것도 찰나, 2017년 그녀는 마크 저커버그의 폭정 속에 해고됐다. 책은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한 기록이다.
페이스북에 들어간 윈윌리엄스는 ‘세상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속에 저커버그와 각국 정상과의 외교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저커버그는 오전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길 거부했다. 심지어 저커버그는 해외 출장 일정에 여권을 두고 나타났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무능한 상사와 ‘꼰대’ 대표가 등장하는 오피스 코미디물을 방불케 하는 페이스북의 과거다.
웃기도 버거운 어두운 이야기가 뒤따른다. 정치나 국제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던 페이스북은 어느덧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직원들을 상주시키며 선거 광고를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두테르테의 허위정보와 여론 교란을 방치했다. 러시아에서 정권에 맞서는 집회를 앞두고는 해당 이벤트 페이지를 차단해버렸다. 저자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영진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저커버그는 “최종 결정은 내가 내려”라는 이메일로 모든 논의를 끝냈다.
빅테크 기업의 폐해와 도덕적 파산을 지적하는 책은 많다. 다만, 그들의 부주의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노동 현장을 묘사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그 때문일까. 저커버그는 지난해 책이 현지에서 출간되자 법적 공세를 통해 저자의 홍보와 언급을 금지했다. 이것이 오히려 역풍이 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또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496쪽, 2만3000원.
신재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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