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제주도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실증 시범서비스에 참여하는 한 고객의 제주시 논세길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기아 EV9이 이용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주도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실증 시범서비스에 참여하는 한 고객의 제주시 논세길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기아 EV9이 이용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전기차, 단순 이동수단 넘어 전력을 저장·공급하는 ‘움직이는 ESS’로 진화

“V2G 서비스, 제주도 에너지 지산지소 실현·2035 탄소중립 달성 뒷받침 기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주도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주고 받는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제주도에서 전기차(EV)를 이른바 ‘바퀴 달린 보조배터리’로 활용하는 ‘V2G’ 시범서비스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양방향으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V2G는 전기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에너지를 저장하고 나누는 수단으로 확대하며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에서 지난해 하반기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와 손잡고 V2G 시범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청과 협력해 V2G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 ‘아이오닉 9’ 또는 기아 ‘EV9’을 보유하고, 자택이나 직장에 V2G 양방향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제주도민을 모집해 최종 참여 고객 40명을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이용 패턴을 실증하고자 현장 실사를 거쳐 직업군과 거주지를 고르게 배분해 최종 참여 고객을 정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양방향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 주고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전기차 충전 요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참여 고객은 전기차를 단순히 일방향으로 충전하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하게 된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V2G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기존 공급자(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산업 구조를 지역 기반의 자생적 경제 모델로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의 경우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 낮에 초과 공급된 잉여 전력을 전기차가 저장했다가, 밤에 다시 전력망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의 활용도와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서비스 확대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국내 V2G 생태계 조성 및 산업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주도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실증 시범서비스 참여 고객의 제주시 한경면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이용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주도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실증 시범서비스 참여 고객의 제주시 한경면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이용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기후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V2G를 적용한 전기차가 재생에너지 활용의 경제성 제고는 물론 전력망 안정화까지 가능케 하는 대안으로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은 V2G 서비스 상용화에 가장 앞선 국가로 평가된다. 전용 서비스 출시 등 간편화된 절차를 통해 전기차 소유주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다. 지난해 영국 최대 규모 재생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가 출시한 첫 상업용 V2G 패키지는 전기차 리스, V2G 충전기 설치, 요금제를 하나로 묶어 편의성을 높였다. 차주는 복잡한 거래 과정 없이 차량을 충전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V2G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전기차를 V2G 충전기에 일정 시간 이상 연결하는 경우 차량 충전 요금을 전액 감면해주는 등 영국의 높은 전기 요금을 고려해 설계한 맞춤형 인센티브도 현지 전기차 소유주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기차와 V2G 충전소, 지역 태양광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유럽 첫 대규모 도시 단위 V2G 실증 모델인 ‘위트레흐트 에너자이즈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35%의 건물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어 낮 시간대 전력 과잉 생산 문제가 있다.

V2G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들은 잉여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생 에너지의 불균형을 보완한다. 전기차의 충·방전은 시스템이 실시간 전력 수급을 판단해 자동으로 결정·관리한다. 아울러 재난·재해로 전력망 피해가 잦은 국가에서도 전기차를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시설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지역 전력망과 연계해 산불과 폭염 등에 따른 정전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전력을 복구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도 전기차를 재난 대응 전력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4년 이시카와현 노토 지진 당시 피해 지역에 전기차를 투입해 일반 가정과 피난소 및 병원에 비상 전력을 공급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를 활용한 V2G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실수요자인 제주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V2G 시범서비스가 제주도 내 에너지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 실현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제주도의 2035년 탄소중립 비전 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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